ㆍ경제통답게 높은 성장률 성과
ㆍ부패공화국 악명은 못 씻어
지난 1월 3선 연임 포기를 선언했던 만모한 싱 인도 총리(81·사진)가 10년간 지켜온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다. 일간 인디안익스프레스는 싱이 17일 공식적으로 총리 사임 발표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4년 5월 총리에 취임한 싱은 인도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을 지내 취임 전부터 경제통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대대로 인도는 2010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받은 2008년(3.9%)을 제외하고는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8% 이상 성장했다. 인도는 구매력평가기준 GDP 규모 세계 4위가 됐다.
재임 기간 국경을 맞대고 영토분쟁을 벌이던 중국·파키스탄과 큰 마찰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미국·일본 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인디안익스프레스 등은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싱이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영향력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떠오르는 신흥시장국들인 브릭스(BRICS)가 첫 정상회담을 연 때는 2009년이다. 힌두교 신자가 80% 이상인 인도의 첫 시크교도 총리였던 싱이 종교 간 균형도 잘 맞췄다고 인디안익스프레스는 전했다. 경제성장 속에서도 싱은 국가농촌의료단을 발족시키고, 국가농촌고용보장법을 만드는 등 기반시설과 취업기회가 부족한 농촌을 위한 정책들을 시행했다.
그러나 싱은 ‘살아온 여정이 가장 깨끗한 지도자’라는 명성에도 인도의 ‘부패공화국’ 악명을 씻지는 못했다. 정부가 자격미달 업체에 통신 주파수를 할당했다가 400억달러(약 41조원)의 국가재정 손실을 입힌 ‘2세대(2G) 통신 스캔들’ 등 대규모 부패 사건이 재임 동안 줄지어 일어났다. 싱을 총리 후보로 직접 지명한 국민의회당 소니아 간디 대표의 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간디 왕조가 싱을 총리 자리에 두고 섭정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간은 경제 상승세도 꺾였다. 2012~2013년 GDP 성장률은 4%대로 곤두박질쳤고, 물가상승률은 10%에 육박했다.
싱은 자와흘랄 네루, 인디라 간디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랜 기간 재임한 인도 총리로 남게 된다.
싱 총리의 후임은 이번 총선에서 야당 연합인 국민민주연합의 승리를 이끌어낸 인도국민당 소속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주 총리(63)가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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