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그룹 수뇌부 피의자 조사 ‘비자금 특검’ 이후 9년 만에
ㆍ이 부회장 미르·K스포츠·최순실 지원 승인 여부 ‘대질’
ㆍ구속영장 검토…이 부회장 피의자 소환도 임박한 듯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턱밑’까지 도달했다.
9일 삼성그룹의 2인자로 알려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66·부회장)과 그의 직속인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63·사장)을 동시에 불러 조사했다. 삼성그룹 수뇌부가 피의자 조사를 받는 것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특검 당시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부회장) 이후 9년 만이다. 최 부회장이 검찰 특별수사본부나 특검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은 이날 두 사람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과 최순실씨(61) 측에 한 삼성의 자금 지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해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이 부회장에게 출석하도록 통보할 예정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 소환 여부나 구체적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최씨 딸 정유라씨(21)를 지원하기 위해 2015년 8월 최씨 소유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00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지난해 9월까지 약 78억원을 송금했다. 또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38)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원가량을 후원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가운데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13일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특검은 그를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로 특검 조사를 받는 것은 삼성전자 전무이던 2008년 2월 삼성 비자금 사건 이후 두 번째다.
특검은 최씨를 향한 삼성의 자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진 대가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경영권 승계를 위해 꼭 필요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찬성 과정에 이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특검은 본다.
법조계는 특검이 이날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을 동시에 부른 것을 삼성의 허를 찌른 승부수로 평가했다. 통상 검찰은 직무상 아랫사람을 먼저 부른 뒤 윗사람을 불러 조사한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지시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 부회장을 나중에 부를 경우 먼저 조사받은 장 사장의 조언에 따라 수사에 대비할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특검이 두 사람을 동시에 부른 것은 대질신문 또는 ‘사실상의 대질신문’을 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도 수사 브리핑에서 “수사 진행상 필요하면 대질신문도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이날 조사에서는 진술이 불일치하는 부분을 즉각 확인했기 때문에 사실상 대질신문과 다름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굳은 표정으로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는 ‘최순실씨 지원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지시를 받았느냐’ ‘삼성의 지원이 뇌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의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장 사장은 최 부회장보다 15분쯤 일찍 도착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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