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땐 겁이 없었던 것 같다. 모든게 잘 풀리니까 기쁜 마음에 나왔던 말이었다.”
LG 김현수가 2015년 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을 앞두고 했던 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현수는 그 때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하고 싶다. 한국으로 유턴하면 실패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LG 트윈스와 계약을 맺고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채 선 김현수는 “그 때는 미국에 간다는 기쁨에 생각없이 말했다”고 했다.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의 2018년 시무식을 마치고 김현수는 기자들과 만나 당시 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김현수는 “한국에서는 야구가 잘됐다. 바꾸면 바꾼대로 잘 됐다”며 “그 땐 ‘(미국)가면 다 잘되겠지. 한국에서처럼 주전으로 뛸 수 있겠지’ 생각했다. 생각이 짧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돌이켜보면 김현수가 국내 야구계에서 걸어온 길은 ‘생각대로’였다.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해 주전 외야수를 꿰찼고 매년 3할을 기대할 수 있는 중심타자가 됐다. 국가대표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을에 약하다는 오점이 있었지만 2015년 두산이 한국시리즈를 우승하며 그마저도 털어냈다. 그리고 꿈꾸던 빅리거가 됐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출전 기회도 제한받으며 주어진 기회에서도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프시즌에서 미국 내 새로운 팀을 찾아봤지만 여의치 앉았다. 김현수는 “이미 내뱉은 (실패자라는) 말 때문에 국내에 못가겠다고도 생각했다”며 후회하는 듯 했다.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김현수는 “입단식 때 나올줄 알았던 질문인데 이제라도 말할 기회가 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벤치에 너무 앉아 있었다”며 “빨리 운동을 시작하고 싶어 10월말부터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배운 것도 있다고 했다. 김현수는 “한국에 있을 때는 힘만 열심히 길렀다. 하지만 미국에서 몸을 만들고 체력을 기르는 방법들을 보고 배우며 좀 더 수월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아직 투수들을 상대로 타격을 해오지 않아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투수들은 미국 투수들보다 구속은 느리지만 공끝이 좋은 것 같다”며 “두산 투수들을 상대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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