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가 투수 왕웨이중을 영입하면서 KBO리그 사상 첫 대만인 선수가 탄생했다. KBO리그를 거쳤거나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국적은 이로써 총 14개가 됐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1998시즌부터 미국-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은 매 시즌 빠지지 않고 뛰었던 반면, 20년동안 출신 선수가 단 한 명이었던 국가들도 있다.
아직 삼성이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마무리짓지 않았지만, 1998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계약한 외국인선수들 중 자신이 ‘유일한 국적 선수’였던 경우는 왕웨이중을 포함해 총 5차례가 있다. 그 중 두 명이 2016시즌에 뛰었다. 한화는 이탈리아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kt는 콜롬비아 출신 투수 슈가 레이 마리몬을 각각 영입했다. 그러나 둘다 재계약은 커녕 시즌 중반 팀을 떠나 잊혀졌다. 마에스트리는 한화 입단 전 4시즌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었지만 선발 경험이 부족했다. 9경기에서 28.2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 9.42를 기록하고 한국을 떠났다. 마리몬은 초반 와인드업 과정에서 키킹을 생략하고 던지는 ‘변칙 투구폼’을 섞어가며 초반 제법 승수를 쌓는 듯 했다. 하지만 그해 6월 1군에 말소됐고 한달도 안돼 짐을 쌌다. 12경기에 나와 6승4패 평균자책점 5.23이란 기록을 남겼다.
나머지 2명은 의외로 장수했다. 2000년 SK, 2001~2002년 두산에서 뛴 투수 빅터 콜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국적 선수다. 1968년 소련의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났다. 콜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태생으로, 소련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러시아 여성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2시즌 피츠버그 소속으로 8경기 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5.48을 기록했는데, 콜 이후 러시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뛴 적은 없다.
콜은 1998년 외국인 선수 원년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지명됐다. 그러나 롯데는 지명한 2명 중 덕 브래디만 계약해 콜은 2000시즌 도중 SK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처음 밟았다. 37경기(12선발)에 나와 8승 10패, 주축 선수를 다 팔아넘긴 쌍방울 선수단을 계승한 SK에서 나름 전천후로 활약했지만 평균자책점은 6.14로 높았다.
재계약은 실패했지만 이듬해 시즌 도중 두산에서 대체 선수로 콜을 불렀다. 성적은 21경기에서 6승9패, 평균자책점은 5.04. 그러나 콜은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이 탄탄하지 않은 두산 마운드에 힘을 보탰고, 두산은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음에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콜은 2002시즌 27경기에서 12승6패, 평균자책점 4.07로 준수하게 활약했지만, 시즌 중 부상을 당한 이후 2군에 가지 않고 한국을 떠났다.
다른 한 명은 레닌 피코타다. 메이저리그 통산 세이브 기록 보유자 마리아노 리베라의 출신지 파나마 출신 투수다. 2002년 한화 유니폼을 입단한 피코타는 리베라처럼 한화의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2년간 한화에서 총 29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미지는 ‘철벽 마무리’보다는 ‘방화범’에 가까웠다. 마무리투수 자리도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다 얻어걸린 듯 맡았다. 그럼에도 한국 음식에는 쉽게 적응하고 넉살도 좋아 팬들은 그를 ‘피형(兄)’으로 불렀다. 그러다 2003년 9월 웨이버공시돼 한국을 떠났다. 피코타는 서른아홉이던 2005년 대만프로야구 싱농 불스의 에이스로 16승8패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열린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대회에 등판하며 한국 팬들에 2년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출신 선수가 적은 국가들이 더 있다. 대표적인게 유럽의 야구강국 네덜란드와 아마야구 최강으로 불리던 쿠바다. 올해도 KIA 로저 버나디나(네덜란드)와 LG의 아도니스 가르시아(쿠바)가 뛴다. 프로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던 때 국제대회에서는 쿠바가 네덜란드를 압도했다. 그러나 KBO리그만 놓고 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쿠바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첫 쿠바 출신 투수였던 프랜시슬리 부에노는 2010년 한화에서 9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9.10을 기록한 채 한국을 떠났다. 두산에서 2014~2015시즌 뛴 유네스키 마야는 2015시즌 노히트노런이란 대기록을 작성했지만 그뿐이었다. 두 시즌동안 24경기에서 4승9패, 평균자책점 6.58로 안정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4시즌 크리스 볼스태드와 교체돼 한국을 밟은 마야는 이듬해 시즌 도중 앤서니 스와잭과 교체돼 한국을 떠났다.
반면 네덜란드 선수들은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시즌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공신이었던 로저 버나디나와 삼성에서 2013~2014시즌 뛰었던 릭 밴덴헐크가 있다. 2013시즌에는 7승을 올리는데 그쳤지만 이듬해 13승4패를 거두고 평균자책점 3.18로 1위를 차지했다.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4선발) 22이닝 1승 평균자책점 1.64로 활약해 팀의 연속 우승에 공을 세웠다. 밴덴헐크는 국내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 진출해 3시즌을 뛰었다.
다른 한 명은 KBO리그에서 뛸 때보다 그 이후에 한국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0년 SK의 창단 멤버로 영입됐다 일찌감치 짐을 쌌던 헨슬리 뮬렌이다. 네덜란드 본토가 아닌 네덜란드령 퀴라소 출신인 뮬렌은 샌프란시스코의 코치 재임 중 네덜란드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2009·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을 상대했다. 한국이 한 때 한수 아래로 여겼던 네덜란드에 연거푸 패할 때마다 뮬렌과 한국의 인연이 재조명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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