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클레멘스와 배리 본즈는 매년 미국 야구 명예의전당 헌액 투표 때마다 이름이 안팎에 오르내린다. 본즈는 통산 홈런 1위(762개)와 7번의 리그 최우수선수(MVP), 클레멘스는 7차례 사이 영 상과 두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란 영예를 얻었지만, 1990~2000년대 ‘약물 복용자’라는 오명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약물이라는 ‘과’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인가, 그럼에도 그들이 세운 ‘공’은 명예의전당에 입성이 가능할만큼 큰 것인가. 명예의전당 득표율은 이 논란에 대한 여론을 가늠할만한 일종의 지표였다.
이들은 올해 명예의전당 투표에서 또다시 전년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클레멘스는 57.3%로 전년보다 3.2%포인트, 본즈는 56.4%로 전년보다 2.6%포인트 각각 올랐다.
둘의 명예의전당 헌액 득표율은 2015년부터 매년 오르고 있었다. 클레멘스와 본즈는 투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첫 해인 2013년 37.6%와 36.2%를 각각 득표했지만 이듬해에는 35.4%, 34.7%로 떨어졌다. 2015년 37.5%, 36.8%로 작은 반등이 있었다. 그 후 2년간은 거의 10%포인트 가까이 득표율이 올랐다. 지난해는 클레멘스 54.1%, 본즈 53.8%로 처음 과반수의 벽을 넘었다.
클레멘스와 본즈의 명예의전당 입성을 반대한 기자들은 연령이 높은 기자들이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약물 시대’에 뛴 선수들이라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명예의전당에 헌액되선 안된다”며 투표를 포기하는 켄 거닉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명예의전당 헌액 투표를 하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인단에는 매년 상대적으로 젊은 기자들이 새 투표인단으로 합류해왔다. 이 점이 둘의 득표율 상승 원인으로 꼽혔다. 추세상 둘의 올해 득표율이 60%를 넘으리란 예상도 있었다. 투표 내용을 공개한 기자들을 바탕으로 매년 명예의전당 득표율을 예측해온 라이언 티보도는 올해 명예의전당 헌액 투표 결과가 공개되기 전 본즈와 클레멘스의 득표율을 각각 63.8%로 예측했다. 그러나 둘은 올해 60%의 벽을 넘기는 데는 실패했다.
올해 득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해는 치퍼 존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짐 토미, 트레버 호프먼 등 4명이 기자단 투표로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기자단 투표로 4명이 동시 헌액되는 건 역대 4번째인, 자주 있지 않는 일이다. ‘헌액감’ 선수가 많아지면 다른 선수들의 표는 상대적으로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USA투데이는 2019년 마리아노 리베라, 2020년 데릭 지터 같은 ‘명예의전당 입성이 확실한 후보’가 한 명 있어야 클레멘스와 본즈가 표를 얻기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저조한 득표율 상승이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야후스포츠의 칼럼니스트 마이크 오즈는 티보도의 분석 내용 등을 바탕으로 “젊은, 새로 투표인단에 들어온 기자들이 클레멘스와 본즈에 표를 줬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CBS스포츠는 올해 투표결과에 대해 “당장 클레멘스와 본즈가 명예의전당 입성이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들이 70% 이상 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전보다 줄어든 것 또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명예의전당에 헌액되기 위해서는 투표인단 75% 이상으로부터 헌액 찬성 표를 받아야 한다. 득표율이 15%가 넘는다면 다음해에도 후보에 오를 수 있으나, 기회는 총 10번으로 제한돼있다. 이제 클레멘스와 본즈에게는 ‘75%’라는 고지에 도전할 기회가 최대 4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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