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국의 첫 흑인 여자 쇼트트랙 선수’ 마메 바이니

[주목! 이 선수]“웃을 수 없을 때까지 웃자”…신바람 타고 질주하는 가나 출신 소녀


지난해 말 미국에서 500만 조회수를 넘긴 페이스북 영상 중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미국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이 있다. 여자 500m 결승에서 흑인 소녀가 총성과 함께 출발선을 무섭게 치고 나갔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나머지 셋에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소녀의 눈빛은 맹수 같았다. 하지만 대표 선발이 확정되자 마메 바이니(18·사진)는 밝은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바이니는 미국의 첫 동계올림픽 흑인 여자 쇼트트랙 선수다. 좀처럼 얼음을 보기 힘든 아프리카 가나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바이니를 대표하는 것은 그의 피부색이나 출신지가 아니라 특유의 ‘흥’이다. “기분 나빠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 앤서니 바텔 코치가 워싱턴포스트에 이렇게 바이니를 설명할 정도다. 좌우명도 “웃을 수 없을 때까지 웃자”다.

바이니는 여자 쇼트트랙 500m 종목에서 메달 기대주다. 평창 올림픽에서 500m와 1500m에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눈치 싸움을 비롯한 경기 운영보다 빠른 스타트가 중요한 500m에서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바이니는 미국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시키고 싶어 하는 부모의 뜻이 있었다. 그렇게 고향을 떠난 여섯살 바이니에게 스케이트가 운명처럼 다가왔다. 아버지 퀘쿠 바이니는 딸과 함께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다 딸이 손가락으로 집 근처 아이스링크를 가리키자 그 길로 달려가 스케이트를 신겼다. 피겨스케이팅을 먼저 시작했지만 스피드가 빠른 스피드스케이팅이 좋겠단 말에 종목을 바꿨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 강좌는 집 가까운 곳에 없었다. 바이니는 매주 토요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아버지의 차를 타고 43㎞나 떨어진 스케이트장을 다녔다.

장거리 수업은 부녀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딸이 스케이트를 타면서 즐거워하는 걸 봤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바이니의 실력도 함께 자랐다. 1998 나가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윤미 코치로부터 2007년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미국 대회에서 상을 휩쓸더니 2017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3위에 올랐다. 고등학생이라 해외 전지훈련은 떠나지 못했지만,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의 집을 떠나 국가대표 훈련장이 있는 서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원격 수업을 들어가며 훈련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바이니는 언제나 웃음으로 이겨냈다. 바이니는 “경기 결과, 나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 스트레스받지 않으려 한다. 그냥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즐기려 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어린 바이니를 지도한 코치 네이선 밀스는 바이니 특유의 ‘흥’을 “누군가가 가르친다고 해서 갖출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점 때문에 바이니는 미국이 배출할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