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거장 중 하나였던 정상화 화백이 28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인이 소속돼있던 갤러리현대는 이날 오전 3시40분 정 화백이 숙환으로 영면에 들었다고 전했다.
고인은 김환기나 윤형근, 박서보와 하종현 등과 함께 한국 추상미술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였다. 캔버스에 고령토를 반복적으로 바르고 굳힌 뒤, 이를 접었다 펴 균열을 내고 그리드(격자)를 만든 뒤 물감을 겹쳐 바르는 특유의 기법으로 유명했다. 이 기법은 2차원의 평면에 깊이 있는 무한한 공간을 구현하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신적·육체적 집중력과 노동이 필요한 작업은 구도자의 수행에 비견되기도 했다. 그는 2023년 91세의 고령에도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무한한 숨결’을 열며 “매일 뜯어내고 메우고 또 뜯고 메우고…. 참 바보스러울 만큼 매달렸다. 그 바보스러움이 바로 제 작품을 말해준다”며 “그림, 노력한 만큼 나타난다. 타고난 재주, 그거 안 통한다. 지금까지 살아보니 이 말은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인은 1932년 경북 영덕에서 3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생 신분임에도 문신, 최영림 등 작가들과 함께 ‘제1회 마산미술전’에 작품을 출품하고 마산 최초 미술 단체 흑마회의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1953년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가족에게는 서울대 농대에 다닌다고 속인 사실이 후에 들통나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고인은 1957년 당시 전위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던 ‘현대미협’과 ‘악튀엘’의 주축으로 활동하며 전쟁 후의 상실, 불안, 두려움 등을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앵포르멜 회화를 그렸다. 1965년 파리 비엔날레,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도 참여하면서 국제무대에도 소개됐다.
1967~1968년 1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체류한 뒤 1969~1977년 일본 고베에서 활동했다. 이 시기 색채보다는 평면에 집중하면서 단색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며 격자무늬 회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고베에서의 8년간 7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1977년 4월 병환 중의 아내를 여의고 프랑스로 이주한 뒤에는 작품 활동에 매진하며 흰색의 격자무늬 작품을 검은색, 푸른색, 적색 등 다양한 색 작품으로 확장해 나갔다. 이후 1992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해 경기 여주에 작업실을 만들고 90대에 이르기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2011년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의 회고전이 열렸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과 미국 스미스소니언 허쉬혼 미술관, 홍콩의 M+ 등에서 소장 중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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