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8 도드람 V리그 올스타전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크리스티안 파다르(우리카드). KOVO 제공

2017~2018 도드람 V리그 올스타전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크리스티안 파다르(우리카드). KOVO 제공

V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각자 나름대로 응원하는 팬들의 관심과 이목을 끄는 이들이다. 2017~2018 올스타전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중 더 능숙하게 올스타전 분위기를 주도하며 ‘신스틸러(scene-stealer)’처럼 눈길을 사로잡은 선수는 단연 크리스티안 파다르(우리카드)였다. 파다르는 맹활약으로 ‘세리머니상’이라는 보상을 받았지만, 상보다도 더욱 빛난 건 올스타전을 대하는 그의 태도였다. 

등장부터 화려했다. 여자부 경기로 진행되던 2세트 후반, 파다르는 K스타 이나연(GS칼텍스)과 교체돼 코트를 밟았다. 파다르의 토끼 머리띠가 눈에 띄긴 했지만 여자부 경기에서 남자 선수가 강한 서브를 넣는 건 사실 올스타전에선 연례행사에 가까웠다. 여기서 파다르는 심상치 않은 모션을 취했다. 서브를 넣기 위해 광고판 앞까지 물러난 파다르가 다리 사이에 공을 끼우고 머리 위로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것.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치기 시작한 파다르의 박수에, K스타 여자부 선수들도, 그리고 의정부실내체육관에 모인 관중들이 따라서 박수를 쳤다. 

백미는 파다르가 강한 서브 뒤 백어택을 성공시켰을 때였다. 장내에 걸그룹 트와이스의 ‘라이키’가 들리자, 파다르는 포인트 안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제법 그럴듯한 동작에 관중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폭소를 터뜨렸다. 이어진 서브 기회, 이번엔 강한 서브를 상대 코트에 꽂았다. 그리고 파다르는 선미의 ‘가시나’에 맞춰 특유의 권총 안무를 따라한 뒤 상의를 젖혀 복근을 공개했다. 

파다르의 신스틸링(scene-stealing)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남자부 경기로 치러진 3세트 후반, 서브 순서가 돌아온 파다르가 별안간 관중석으로 향했다.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 1층 관중석 상단에 있는 중년 남성에게 공을 건넸다. 자기 대신 서브를 넣으라는 뜻이었다. 남성이 공을 받아들고 코트로 내려가는 동안, 파다르는 남성이 앉았던 자리에 덥석 앉았다. 그리고는 능청스럽게 그 자리에서 남성의 아내로 보이는 옆자리 여성과 함께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기도 했다. 남성이 상대 코트에 던지듯 뿌린 공이 득점으로 연결되자 장내 환호성은 더 커졌다. 남성은 막춤을 추며 흥을 만끽했다.

그밖에도 파다르는 팀동료인 리베로 정민수와의 ‘합체 블로킹’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키가 작은데다 리베로라 평소 블로킹할 기회가 없던 정민수가 전위에서 블로킹을 시도하려 하자, 파다르가 정민수의 옆구리를 잡고 들어올려 거대한 블로킹벽을 만들어냈다. 비록 블로킹은 실패로 끝났지만, 정민수가 블로킹을 성공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관중들의 호응이 높았다. 

파다르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던 건, 그가 올스타전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날 남자 세리머니상을 수상한 파다르는 “올스타전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팬들을 즐겁게 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들었다”며 “그 부분이 잘된 것 같아 상당히 기뻤다”고 했다. 걸그룹 댄스도 팀 치어리더들의 안무를 보고 유튜브를 찾아가며 직접 연습했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서브권을 건넨 남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브를 때린 그 분에게 소중한 기억을 선물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도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