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침묵이 이어지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최근 박용택(40·LG)과 박경수(35·KT)의 계약 이후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계약한 내야수 박경수의 계약 규모가 아직 계약하지 못한 내야수들의 기준점이 돼 다른 계약들도 급물살을 타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박경수는 KT와 3년 최대 26억원 규모의 FA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과 연봉 등 보장금액이 20억원이고 3년간 2억씩, 총 6억원의 옵션이 걸려있다. 최근 2년간 타율이 2할6푼대에 그쳤지만 지난해 생애 최다인 25홈런을 기록하는 등 KT의 주전 내야수 자리를 지켰다. 3년간 팀의 주장을 맡은 노고도 함께 인정 받았다.

KT 박경수. 구단 제공

KT 박경수. 구단 제공

이제는 박경수의 계약이 다른 FA들의 계약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경수는 이번 FA 시장에서 ‘준척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들 중에는 모창민(NC)에 이어 두번째로 계약했다. 박용택은 계약 총액(2년 최대 25억원)이 박경수와 유사하지만 2년 뒤 은퇴를 앞둔 베테랑 선수라는, 다른 상징성이 있는 선수다.

아직 계약하지 않은 FA들 중에서는 내야수들 사이에서 박경수의 계약은 일종의 기준선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FA 시장에는 내야수들이 여럿 있다. 주로 2루수를 맡았던 박경수와 포지션이 겹치지는 않지만 3루수가 주포지션인 송광민(36)과 김민성(31), 삼성 부동의 유격수였던 김상수(29)가 남아있다.

6년 106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에 성공한 또다른 내야수 최정(32·SK)은 최근 3년간 매년 35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이기에 준척급 FA들의 기준점이 되기 어렵다. FA들 중 가장 빠른 지난해 11월 계약을 마친 모창민의 계약 규모(3년 최대 20억원)만으로는 준척급 선수들의 시세를 가늠하기가 부족했다. 이 상황에서 박경수의 계약은 선수와 구단간의 ‘기준선’이 될 수 있다.

박경수와 비슷한 또래인 송광민의 계약 협상에 이 기준이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송광민은 지난해 홈런과 타점은 박경수에 못미쳤으나 타율은 상대적으로 높았고 팀 성적이 좋았다는 점을 들어 계약 규모를 올리려할 것이고, 구단은 지난해 팀 내에서 촉발됐던 감독과의 갈등을 들어 주장이던 박경수보다 계약규모를 줄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성과 김상수는 박경수보다 젊다는 점을 들면서 계약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가져가려할 수도 있다. 각 구단의 전지훈련이 약 1주일 뒤면 시작되는 점까지 맞물려 박경수의 계약이 FA 시장 흐름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