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을 앞둔 KBO리그 FA 시장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아직 계약하지 못한 선수들이 남았지만 ‘대형 계약을 통한 이적’ 같은 깜짝 이벤트를 기대하긴 어렵고, 스프링캠프 출발 막바지 계약이 마무리될 공산이 현재로선 크다.
앞서 계약을 마친 선수들 중에서도 이적 선수는 안치홍(롯데)뿐이며, 대부분은 원소속팀에 남았다. 선수들의 이동 및 계약 규모만 보면 최근 몇 년동안의 FA 시장과 다를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번 FA 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 발표되며 눈길을 끌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던 형태의 계약이 내년 시즌부터 FA 계약 시장을 더 뜨겁게 달굴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달 초 롯데와 안치홍의 FA 계약은 예상치못한 이적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지만, 국내에서 잘 볼 수 없던 ‘옵트 아웃’이 포함돼 있어 더욱 주목받았다. ‘옵트 아웃’은 구단과의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가 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그간 볼 수 없었다. 안치홍은 롯데에서 2년을 뛴 뒤 구단의 허락을 받고 자신이 원한다면 자유계약선수로 풀릴 수 있다는 내용을 이번 계약에 추가했다.
지난 16일 완료된 한화와 이성열의 계약 내용도 이례적이다. 구단은 2년 최대 14억원을 주는 FA 계약 이후 별도의 옵션을 걸었다. 2년 뒤 구단이 이성열과 함께 하길 원하면 연봉 4억원, 인센티브 2억원 등 최대 6억원 규모의 1년 계약을 추가로 맺고, 원치 않을 경우에는 이성열을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한다는 게 옵션의 골자다. 선수의 계약기간이 ‘2+1년’ 형태로 명시돼 구단의 의지, 혹은 구단이 내건 조건에 따라 바뀌는 계약은 많았으나, 2년 계약 후 구단이 보류권을 풀 것임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계약 또한 드물었다.
계약기간이나 액수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윤규진(한화)의 FA 계약 형태도 국내에서 잘 볼 수 없던 것이다. 1+1년 총 5억원 계약인데, 1년차 때 연봉은 1억7000만원, 옵션 발동 후 2년차 때는 2억3000만원으로 나뉜다. 그간 공개되지 않던 형태의 FA 계약을 잇달아 맺은 한화의 정민철 단장은 “특별히 새로운 형태의 계약을 시도하려 애쓴 것은 아니다. 구단과 선수가 나름대로 해결방법을 찾다가 얻어낸 결론”이라고 말했다.
사실 최근 발표된 형태의 계약은 한국 구단 실무진들에게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적어도 미국에서 뛰던 외인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미국 무대에서의 다양한 계약 형태를 구단이 파악하고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러 형태의 계약이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만큼 FA 협상 테이블에서 보다 다양한 카드가 오고갈 가능성이 전보다 커졌다.
경우의 수가 늘어나면 계약에 도달하는 길이 복잡해질지는 모르지만, 오프시즌을 지켜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도 볼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어 올 시즌 이후 FA 등급제를 도입하기로 한 상황에서, 다양한 계약이 올 시즌 후에도 현실화된다면 냉랭했던 FA 시장은 전보다 더욱 달아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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