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임병욱. 고척 이석우 기자

 

키움 임병욱(25)에게 요즘 읽은 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곧바로 산문집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신에게’라고 답했다.

이 책의 소개글은 저자를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무수히 많은 ‘틀린 선택’을 해왔지만, 자신의 시선에선 전혀 틀리지 않았던, 자신만의 선택을 해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당신이 선택한 것이라면, 당신이 그 선택을 믿는다면 어떤 선택도 옳다”는 문구도 함께 있다.

임병욱은 지난해 받아들이기 힘든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2018년 타율 0.293, 13홈런, 60타점에 포스트시즌 맹활약으로 억대 연봉(1억원) 대열에 올랐지만 지난해 타율 0.243, 0홈런, 41타점으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눈에 보이는 성적 하락만큼 아쉬웠던 건 시즌 초반과 막바지 당한 부상이었다. 특히 포스트시즌 무대를 앞두고 오른쪽 무릎을 다쳐 가을무대에서 빠진 게 아쉬웠다. 시즌을 앞두고 더그 래타 코치를 찾아가는 등 나름대로 다양한 준비를 했지만 결과는 유쾌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남들이 보기에 틀린 선택’ 처럼 보였다.

부상 공백 때문에 임병욱은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했다. 시즌 초에도, 시즌 말미에도 남는 시간에 책장을 뒤적거렸다. 마음을 다스려보려는 시도에 생각은 더 성숙해졌다. 지난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인훈련 도중 만난 임병욱은 “올 겨울도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는 건 같다. 다만 생각이 조금 변했다”고 말했다.

키움 임병욱이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 윤승민 기자

 

그가 강조하는 건 “미래의 결과를 걱정하지 않고 현재 자신이 하는 것에 충실하는 것”.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해온 마음자세지만 임병욱이 잘 해내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전에는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편이었다. ‘더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주변의 기대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임병욱은 “이런 저런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더라”며 “당장 할 것을 못하면 그게 다시 스트레스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했다. 그가 올해 기술적인 변화보다 마음 다스리기에 먼저 나선 이유다. 임병욱은 사사구에 비해 삼진이 많다는 점 등 때문에 약점이 뚜렷한 타자로 꼽히지만, 올 겨울에는 “약점에 대해 신경쓰기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도 했다.

무릎 수술 후 재활중에 손혁 키움 감독과 면담에서도 ‘완벽한 컨디션을 올리기 전까지 시간을 주시면 좋겠다’고 말하며 자신만의 페이스 찾기에 집중했다. 현재 임병욱은 정상 컨디션으로 훈련중이라며 마음 편히 지낸 끝에 “체중도 조금 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저 마음만 놓은 채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임병욱은 “아직 제가 보여드릴 게 더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모든 걸 놓아버리고 지낸 것은 아니다”라며 “올 시즌에도 여전히 팀에 도움되는 선수가 됐으면 하고, 팀이 이루지 못한 우승까지 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척|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