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KIA 김호령.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2016시즌 KIA 김호령.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큰 흠은 아닐 수도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는 2018시즌을 앞두고 유출이 우려됐던 자리를 다 메웠다. 에이스 양현종과 투·타의 주축 세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선수(FA) 김주찬과 모두 재계약해 우승팀 진용을 유지했다. 다만 전천후 백업으로 활약한 고장혁·김호령이 군 입대로 비운 자리를 누가 메우느냐가 아직 풀지 못한 KIA의 숙제로 남아있다.

고장혁과 김호령은 시즌 대부분 백업 선수로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김호령은 98경기, 고장혁은 66경기 나오는 등 출장수는 적지 않았다. 둘은 팀이 경기 막판 주력과 수비를 강화하는 카드로 쏠쏠히 쓰였다. 김호령이 경기 막판 최형우를 대신해 외야수로 투입하면 넓은 수비 범위가 필요한 중견수 자리에 섰다. 주전 중견수 로저 버나디나가 우익수로, 우익수 이명기가 좌익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버나디나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외야 수비력을 강화하는 카드였다. 팀 동료에 대한 애정 때문이겠지만, 빅리그 출신 버나디나도 ‘중견수 김호령’에 불만을 표하지 않고 도리어 김호령의 수비를 칭찬하며 포지션 변화를 받아들였다.

김호령이 경기 후반 붙박이 중견수를 맡았다면 고장혁은 3루수·유격수 등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빈 곳을 메웠다. 나이를 먹으며 스피드가 떨어지고 수비 범위가 줄어든 3루수 이범호, 쉬지 않고 거의 전경기를 뛴 유격수 김선빈의 뒤를 받쳤다. 백업 3루수로 30경기, 유격수로도 20경기를 뛰었다. 대주자로도 쏠쏠히 쓰였다. 2017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2-0으로 앞선 7회초 대주자로 나와 두산 김재호의 실책 때 홈을 밟아 승부의 추를 KIA쪽으로 기울였다.

둘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들어가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그리고 시즌 후 경찰 야구단 입단이 확정돼 군 복무 기간 동안 계속 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됐다. 둘에게는 호재지만, 팀은 올시즌 둘이 맡았던 역할을 대신할 선수를 찾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내야에서는 고장혁의 ‘선배 유틸리티’ 격인 서동욱의 역할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동욱도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다만 서동욱은 내야에서도 1,2루에서 뛴 적이 많고, 최근 3루·유격수는 익숙지 않다. 지난해 8월26일 NC 원정경기에서 경기 중반 유격수로 뛰었는데 그 경기에서 실책을 기록했다. 그게 지난 시즌 서동욱의 유일한 유격수 경험이다.

팀도 이를 의식한 듯 내야수들을 여럿 영입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내야수 최정용(이적 후 상무 입대)과 황윤호를 데려왔고, LG에서 방출됐던 내야수 오상엽과도 최근 계약했다. 기존 내야자원들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다만 지난 시즌 유격수로 24경기 83이닝을 뛰는 동안 실책 3개를 기록한 김지성과 지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수비 실책으로 팀의 역전 위기를 자초한 김주형이 수비 트라우마를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외야수 자리엔 삼성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영욱, 지난 시즌 막판 넥센에서 영입된 유재신, 경찰 야구단에서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준태가 대주자와 외야 대수비 역할을 나눠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재신은 대수비보다 대주자 역할에 더 최적화 돼있고, 이영욱과 박준태는 최근 1군 출장 경험이 적다는 게 변수다. 어쩌면 2015년 김호령이 그랬듯 스프링캠프를 거쳐 두각을 나타낼 새 얼굴이 나오기를 팀은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