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하고도 열흘’, 그다음으로는 ‘하루’만 더 필요했다.
전 유도선수 신유용(24)이 폭로한 성폭행 사건에 대한유도회가 대처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유도회는 지난해 11월4일 신유용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폭행 사건과 관련된 글을 올렸을 때 사건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유용이 지난 14일 언론에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밝히고 피해 사실을 폭로한 뒤에야 유도회는 가해자로 지목된 손모 전 코치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유도회는 이날 “오는 19일 이사회에 해당자에 대한 영구제명 및 삭단(유도 단급 삭제) 조치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징계 처리는 더 빨랐다. 신유용의 폭로 이후 단 하루 뒤인 지난 15일 상벌위원회 성격의 스포츠공정위원회를 비공개로 열어 손 전 코치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이사회 결정이 있어야 손 코치의 징계가 효력을 발휘한다고는 하지만 징계 결정은 사실상 하루 만에 이뤄졌다.
유도회의 대응은 신유용의 실명을 건 보도 전후로 눈에 띄게 바뀌었다. 사건을 둘러싼 수사가 보도 전후로 거의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도회는 손 전 코치가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점’을 들어 징계를 내렸다. 사건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내릴 수 있던 징계를 두 달이 훌쩍 지난 뒤에야 확정한 것이다.
유도회 관계자는 “피해자가 유도회에 직접적으로 사건 관련 신고를 하지 않았고 가해자도 연락이 닿지 않아 적극적으로 진상을 파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도회는 언론 보도로 사건이 커진 뒤로는 여러 방법으로 손 전 코치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결국 연락이 닿아 징계 절차에 착수할 수 있었다. 해당 지도자가 유도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을 유도회가 정말로 엄중히 여겼다면, 사건이 보도로 공론화되기 전 먼저 진상파악에 들어가 유도 지도자 자격을 공식적으로 박탈했어야 옳다.
유도회가 해당 건이 공론화된 뒤에야 서둘러 징계를 내린 것은, 유도회가 유도인 보호를 우선하기보다는 유도회 명예가 실추될 것에 더 신경 썼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신유용은 ‘더 이상 17살의 유용이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지금 유도회의 대응을 보면 그 바람이 공허하게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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