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도선수 신유용은 왜 이렇게 고발할 수밖에 없었나
상습 성폭행 코치, 지난해 경찰에 고소했지만 수사 진척 없어
증언 약속한 동료 연락두절…유도회 “등록선수 아니다” 무시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수년간 폭행을 당했다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심석희(22)의 폭로에 이어 전직 유도선수도 현역 시절 지도자에게 당했던 폭행 및 성폭행에 대해 실명으로 입을 열었다. 다른 부문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처럼 심석희의 용기가 또 다른 피해자의 폭로를 이끌어냈지만, 실명을 내건 폭로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체육계의 현실을 재확인했다.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씨(24)는 1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선고에서 선수로 재학하던 2011년부터 졸업 후인 2015년까지 코치였던 손모씨로부터 약 20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신씨는 손씨로부터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라’ ‘고소를 취하하라’며 수십·수백만원을 주겠다는 제의도 받았으며, “2012년 전국체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재활해 선수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성폭행 사실이 알려질까 수치스러워 그대로 운동을 접었다”고도 했다.
신씨는 지난해 3월 손씨를 경찰에 고소했으나 지난해 말 검찰에 사건이 넘어간 뒤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고, 실명을 들어 언론에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유도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판결과는 별개로 학생을 선도할 지도자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해당자에 대한 영구제명 및 삭단(유도 단급 삭제) 조치를 오는 19일 예정된 이사회에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도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신씨가 소셜미디어에 해당 사건 관련 내용을 올렸을 때야 사건을 인지했다”며 “신씨와 손씨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아 손씨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선수가 보호받기 힘든 폐쇄적인 스포츠계의 구조적 문제가 신씨의 폭로를 통해 다시 드러났다. 신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리면 유도 인생이 끝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자신이 피해를 쉽게 알리지 못한 이유를 털어놨다. 지난해 초 겨우 경찰에 고소했으나 주변 동료들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신씨는 “경찰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해달라고 부탁했던 지도자는 유도계와의 친분을 거론하며 증언을 거부했고. 증언을 수락한 동료는 만나기로 한 날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유도회의 대응도 신씨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유도회는 손씨가 ‘지난해 초부터 유도계에서 활동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신씨에 대해서도 “현재 유도회 등록 선수가 아니라 사건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성폭행에 수치심을 느껴 유도계를 떠난 신씨는 ‘현역 선수’나 ‘유명 국가대표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싸움을 이어갔고, 결국 2차 피해를 감수하고 실명 폭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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