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부, 9·2 주거안정 대책 발표
ㆍ1인 가구 중심 정책 초점 변화…내년 공급물량 5000가구 추가
ㆍ공공실버주택도 1300가구 조성
ㆍ집주인 자발적 리모델링 의문…전·월세 대책 빠져 실효성 논란

정부가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해 독거노인, 대학생 등 저소득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대학생·고령층 등을 위해 내년 전세임대주택 물량을 예정보다 5000가구 늘리고, 주거와 복지시설이 결합된 공공실버주택도 2017년까지 총 1300가구 공급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2일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 방안’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2인 이상 가구에 집중했던 주거정책의 초점을 1인 가구에 맞췄다는 점은 의미 있는 변화다. 하지만 집주인의 참여를 이끌어낼 유인책이 적어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데다 건설업체 수익성 확보가 관건인 뉴스테이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어 정책목표가 달성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낡은 주택 개축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국토부는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 시범사업’을 통해 단독·다가구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하겠다고 밝혔다. 1~2가구가 입주한 낡은 단층 주택 150가구를 6~8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복층 다가구 임대주택 1000가구로 개량하는 것이 목표다. 집주인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연 1.5% 금리에 최대 2억원까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집주인은 리모델링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임대관리를 맡기고 매달 LH로부터 임대수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집주인은 직접 거주하는 1~2가구를 제외한 나머지를 독거노인과 대학생 등 저소득 1인 가구에 우선 임대해야 한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50~80%로, 임대기간은 8~20년 수준에서 결정된다.

LH 등이 사회복지·대중교통시설 인접지의 노후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1인용 소형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도 도입하기로 했다. 임대료는 시세의 30% 수준으로 정해 내년부터 매년 2000가구씩 공급하기로 했다. 고령층·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세임대주택도 내년부터 예정보다 2000가구씩 더 공급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수익을 원하는 노년층 가구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가 크지 않아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현재는 금리가 낮아 리모델링 대신 집을 다시 지어 전세를 놓으려는 가구주가 많다”고 지적했다. 집주인으로서는 리모델링 임대사업보다 집을 개축해 시세대로 전·월세를 받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복지시설 결합한 ‘공공실버주택’ 공급

정부는 주거시설과 복지시설을 결합한 ‘공공실버주택’을 2년간 1300가구 공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오는 10월부터 지자체의 공모를 받아 입지를 선정하며 SK그룹이 최근 내놓은 사회공헌기금 1000억원을 이 사업에 투입한다. 또 내년 행복주택 물량 3만가구 중 5000가구를 대학생에게 우선 배정하고 뉴스테이를 올해 1만가구, 내년 2만가구 공급한다고 밝혔다. 뉴스테이 활성화를 위해 은행, 연기금 등 재무적 투자자(FI)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관계 법령도 조속히 정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뉴스테이 확대 중심의 정책기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데다 전·월세에 대한 근본 대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서민·중산층이 감당하기 힘든 임대료가 예상되는 뉴스테이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서민 주거안정과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미취업자, 저소득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해야 할 것보다는 하기 쉬운 것을 위주로 정책을 세웠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 등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