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국토부 ‘충돌 위기’ 남방항공 기장 면담·CCTV 등 조사
ㆍ청주공항 대한항공기 등 탑승객 227명 대형사고 날 뻔



청주공항 활주로에서 승객을 태운 항공기 2대가 충돌할 뻔했다. 지난 18일 오후 10시12분쯤 제주도에서 승객 137명을 태운 대한항공 여객기 KE1958편이 청주공항 상공에 도착했다. 당시 청주공항 주변에는 육안으로 비행기를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안개가 곳곳에 깔려 있었다.

대한항공 여객기는 관제탑의 지시를 받아 서서히 활주로로 착륙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아찔한 순간이 펼쳐졌다. 승객 90명을 태우고 중국 다롄으로 출발하기 위해 계류장에서 대기하던 중국남방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쪽으로 접근하고 있던 것이다. 활주로에서 90m 떨어진 정지선에서 관제탑의 이륙허가를 받고 활주로에 들어서야 하는 남방항공 여객기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한항공 여객기가 멈추기 전 활주로에 진입하고 있었다.

공항에 착륙한 대한항공 여객기는 우측에서 활주로로 진입하는 남방항공 여객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좌측으로 붙어 가까스로 사고를 모면했다. 남방항공 여객기도 대한항공 여객기를 발견하고 급정거했다. 활주로 쪽으로 진입했더라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항공법상 준사고로 분류했다.

사고 원인은 크게 관제탑의 관제가 잘못됐거나 교신을 조종사가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으로 나뉜다. 이 중 남방항공 조종사가 관제 내용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한 국내 민간항공기 조종사는 “중국 항공사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행경력이 짧아도 임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 항공기 조종사의 영어가 상대적으로 서툴러 교신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청주공항의 부족한 ‘유도로’도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유도로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통해 이륙하기 전이나 착륙한 뒤 움직이는 이동 통로를 뜻한다. 인천·김포국제공항에는 활주로와 평행하는 긴 유도로가 나 있지만, 청주공항은 여객터미널로 통하는 짧은 유도로만 2개뿐이다.

청주공항은 군사시설 내 건립돼 활주로 2개 중 1개는 군용기가, 1개는 민항기가 이용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처음 운항한 조종사는 구조를 파악하지 못해 실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충돌을 피해 큰 사고로는 번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잇따른 항공·공항 관련 사고에 업계와 당국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항공기 이·착륙 및 비행과정과 공항 내 수화물 처리 및 외국인 밀입국, 자연재해로 인한 대규모 결항 사태가 벌어졌다. 국토부는 인천공항 경쟁력 강화 대책과 공항 보안강화 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하인리히 법칙’처럼 작은 사고들이 큰 사고의 전조처럼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제 인력이나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면 깎여서 집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인력으로도 근무 시간이 적지 않아 피로도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큰 사고가 일어나야 항공 관제 및 사고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삭·윤승민 기자 isak84@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