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농산물 피해’ 대책 있나

지난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정부는 1년여 동안 국산 농산물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중점 대책으로 삼았다. 지난달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쌀, 김치, 삼계탕 수출을 위해 필요한 검역 협상도 타결했다. 그러나 중국산 농산물이 미치는 피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들어온 데다 FTA 타결 당시 개방 폭도 작아 추가 피해가 크지 않으리라는 인식 때문이다.

한·중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3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중국 정부와 수출용 쌀 및 삼계탕의 검역·검사 조건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연내 대중국 김치 수출 재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 품목은 검역 기준이 마련되지 않거나 수입을 허용하지 않는 ‘비관세 장벽’ 수준으로 검역 기준이 높아 그간 중국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쌀은 빠르면 내년 1월, 삼계탕은 내년 상반기부터 중국 수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 품목의 수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수출 성공 가능성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2일 낸 보고서에서 한국산 쌀은 일본산, 대만산 쌀 사이에서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포니카(중단립종) 쌀이 고품질로 취급받으며 수요가 늘고 있지만 중국, 베트남산 쌀보다는 가격이 2배 가까이 비싸다. 

한국산 김치는 현지 재료가 아닌 ‘한국산 재료’로 만든 것을 선호하는 풍토에 따라 배추, 고추, 마늘 등 원재료를 신선하게 조달하도록 ‘거점별 저온유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계탕은 국내를 방문한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정부가 이처럼 품목별 대중국 수출을 강조하는 것은 지난해 한·중 FTA 타결 때부터 강조했던 ‘수출 경쟁력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중 FTA 체결 시 한국은 개방 제외 농산물 품목이 548개였던 반면 중국은 102개였다. 정부는 농산물 개방 폭을 예상보다 줄였다며 ‘경쟁력 확보’를 통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중국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깊숙이 들어온 상태에서 수출 증대보다는 근본적인 FTA 피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농산물의 타격이 적지 않은데 FTA가 피해를 더 키울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농민단체들은 이번주 예상되는 한·중 FTA 비준을 앞두고 ‘무역이득공유제 도입(FTA 수혜를 받는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해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는 제도), 피해보전직불제(FTA에 의해 피해가 인정될 경우 정부가 지급하는 보전금) 개선’ 등을 요구했으나 여당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FTA 협상에서 중국산 농산물을 안전하게 수입·검역할 수 있는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전문가인 법무법인 수륜의 송기호 변호사는 “FTA가 비준됐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정부가 현재 막혀 있는 중국산 과일들의 한국 수출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며 “우리는 위생·검역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FTA 협상 때 담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