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살지 않는다. 교통도 오염도, 사람들이 붐비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대신 푸틴의 저택은 외곽 노포-오가르요포에 있다. 크렘린궁에서 24㎞ 떨어진 곳이다. 25분이면 크렘린에 갈 수 있지만 푸틴은 크렘린 대신 자신의 저택에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푸틴은 주말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일벌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어 좀처럼 알 수 없던 푸틴의 이같은 사생활을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24일 공개했다. 뉴스위크는 지난 3년간 푸틴의 측근들, 러시아 전·현직 관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푸틴의 사생활을 재구성해 전했다.
푸틴의 하루 첫 일과는 러시아의 정보기관과 군 호위부대가 수집한 정보들을 훑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푸틴이 갖고 있는 가장 두꺼운 문서철은 러시아의 주요 언론보도를 스크랩한 것이다. 문서철 안에는 그날의 헤드라인과 칼럼들을 모아놓았다. 특히 일간 커메르산트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가 자신에 대해 쓴 정기 연재 칼럼을 제일 좋아한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그러나 외신은 잘 보지 않는다. 외교부는 해외에서 푸틴을 어떻게 보는지 외신들을 준비하면서도, 푸틴을 기쁘게 하려고 독일어 매체를 항상 가져다 놓는다. 푸틴은 옛 소련 정보기관인 KGB의 동독 드레스덴 지부에서 근무해 독일어가 유창하다.
푸틴은 인터넷을 잘 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측근들이 푸틴을 풍자한 온라인 영상을 보여준다. 푸틴은 해외에서 자신을 어떻게 풍자하고있는지도 안다고 한다. 주말엔 영어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개인 교사와 노래를 부르면서 어려운 단어를 익히곤 한다. 그가 있는 방은 온통 금으로 덮여있지만,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차단돼있다.
스포츠광답게 푸틴은 평소 수영과 아이스하키를 즐긴다. 자택 안에 있는 수영장에서 푸틴은 수영을 하면서 국정 운영을 구상한다고 한다. 아이스하키 때는 주변 기업인들을 부른다. 이들은 대개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 명단에 올라와 있는 인사들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도 푸틴의 친구다. 그의 하키 동료들은 푸틴을 “보스”라고 불렀지만, 최근엔 “차르”라고 부른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푸틴은 동물도 좋아한다. 검은 래브라도를 보면서 위안을 얻고, 가끔은 헬리콥터를 타고 시베리아 지방의 툰드라 지대를 찾아가 호랑이와 곰 사진을 찍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측근들은 푸틴의 삶이 단조롭다고 평가했다. 그의 통역관은 “그는 감정이 없어 보인다. 아무것도 그를 감동시킬 수 있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그를 찾는 정치인들은 귓속말로 대화를 해야한다. 좀처럼 웃지도 않으며, 관료들과 딱히 친하게 지내지도 않는다. 함께 사는 가족도 없다. 푸틴의 부모는 모두 세상을 떴고, 아내와는 이혼했다. 그의 두 딸은 해외에서 살고 있다. 최근에는 푸틴의 첫째 딸이 네덜란드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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