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11일(현지시간) 숨을 거뒀다. 향년 63세.

AP통신 등은 윌리엄스가 이날 낮 12시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부촌 티뷰론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마린 카운티 경찰국은 “윌리엄스가 자살을 시도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12일 시신을 부검해 사망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윌리엄스의 공보 담당자인 마라 벅스바움은 “그가 최근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이 일은 비극적이고 갑작스러운 상실”이라고 CNN에 말했다. 윌리엄스의 부인 수전 슈나이더는 “남편이자 가장 좋은 친구를 잃었다. 죽음보다는 그가 주었던 기쁨과 웃음만을 기억해주길 가족으로서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로빈 윌리엄스의 2009년 11월 당시 모습.  |UPI연합뉴스

윌리엄스의 사망 소식에 애도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측정할 길 없는 자신의 재능을 해외에 파병된 우리 군대부터 거리의 소외된 사람들에까지 마음껏 나눠줬다”며 “로빈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 덕분에 자신의 소리와 시를 발견한 모든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유명 방송인 래리 킹도 “그는 다른 사람을 웃길 줄 아는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진정으로 돌본 사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와 함께 영화 <후크>를 촬영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로빈은 희극 천재였고 그는 우리의 웃음에 힘을 얻어 살아갔다”며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1951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윌리엄스는 뉴욕 줄리어드스쿨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그는 1978~1982년 방영된 TV 시트콤 <모크와 민디>, 1980년작 영화 <뽀빠이>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죽은 시인의 사회> <쥬만지> <스토커>와 ‘박물관이 살아 있다’ 시리즈 등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1988년 영화 <굿모닝 베트남>으로, 1993년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998년에는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윌리엄스는 특유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스탠딩 코미디로도 유명했지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업에 치인 명문 학교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현재에 충실하라)”이라고 조언한 선생 존 키팅, <굿 윌 헌팅>에서 주인공 윌 헌팅(맷 데이먼)의 내면을 치료한 심리학 교수 션 맥과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2002년부터는 <인썸니아> <스토커> 등 스릴러 영화에서도 열연하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코미디언 한 명은 보통 두뇌파나 바보 연기자 중 하나로 기억되게 마련이다. 윌리엄스는 그 고정관념을 깨고 두 가지 연기를 모두 해냈다”고 평했다. 윌리엄스의 유작이 된 <박물관이 살아 있다: 비밀의 무덤>은 내년 1월 미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굿 윌 헌팅>에 함께 출연한 맷 데이먼(왼쪽)과 로빈 윌리엄스  |경향신문 자료사진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