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비싸도 우리 것 구입” 21%…‘충성 소비자’ 5년 새 절반으로 뚝
ㆍ가계소득 제자리에 싼 가격 선호…외국산 저항감 준 것도 한몫
외국산보다 비싸더라도 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이 5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개방으로 소비자들이 수입 농산물에 익숙해졌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이 싼 수입 농산물을 구입하는 경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농산물에 대한 ‘충성도’가 이처럼 낮아지면서 국내 농업계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농업인구 고령화와 농가소득 문제가 여전해 농업계가 경쟁력 강화를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도시민 1500명, 농업인 106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11월 실시한 ‘농업·농촌에 대한 2015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농산물 소비자들 중 ‘수입산에 비해 가격이 비싸도 우리 농산물을 구입’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21.0%였다. 나머지 79.0%는 ‘국내산이 가격이 비싸면 수입 농산물을 구입’(39.3%)하거나 ‘(원산지에 상관없이) 품질 우수성을 고려해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2010년만 하더라도 가격에 상관없이 국산 농산물을 사겠다는 소비자는 45.1%였으나, 5년 만에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반면 외국산을 구매하거나 원산지에 상관없이 구매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은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개방으로 급증한 수입 농산물에 익숙해진 것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258억달러(약 30조5500억원)였던 농산물 수입액은 매년 늘어 2014년 361억달러(약 42조7500억원)에 달했다. 수입 농산물을 자주 접하면서 저항감이 줄어들었고, 경제 상황 악화로 가계소득이 정체하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외국산을 찾게 됐다. 이번 조사에서 도시민 1500명 중 38.6%는 ‘수입 농산물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고 답했으며, 25.7%는 ‘인식은 좋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해 구매한다’고 답했다.
이런 소비 선택의 변화를 고려하면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 강화는 더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농업계가 안고 있는 농업인구 고령화·소득 불안정 등 고질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농업계의 당면 과제로 ‘농업인구 고령화’와 ‘농가소득 불안정’이 꼽혔다.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농촌에서 농산물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농업계에 마케팅·기업화에 밝은 젊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들은 농업에 종사하기보다는 주로 거주지를 농촌에 두겠다는 ‘귀촌’ 인구들이 많다.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 중 지난해 귀농·귀촌 의향을 보인 사람은 47.0%로 전년보다 8.0% 늘었다. 그러나 귀촌에 관심 있다고 한 응답자는 34.9%에 이른 반면, 귀농에 관심을 표한 사람은 10.9%로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또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 귀농·귀촌을 원한다는 응답자는 58.2%인 반면, ‘농촌에 거주하면서 생계 수단으로 농사를 짓겠다’(7.4%)는 응답자는 소수에 그쳤다. 채상헌 천안연암대 교수는 “귀농·귀촌 인구가 본격적으로 농업계에 활력을 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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