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8개월 만에 확진 ‘주의’ 단계로…돼지 670마리 살처분
ㆍ전북·충남, 하루 동안 가축이동 중지 등 방역 활동 강화
정부가 구제역이 발생한 전북과 충남 지역의 소와 돼지 등 우제류 가축과 차량 이동을 13일 하루 동안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전북지역에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설 대목에 출하하기 위해 돼지를 키워왔던 농가들은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13일 오전 0시부터 24시간 동안 전북과 충남 전 지역에 가축이동을 중지하는 ‘일시 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발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하루 동안 우제류 가축과 차량의 농장과 도축장 등의 출입이 금지되며 반드시 소독을 실시해야 한다. 또 이날부터 ‘관심’ 단계였던 구제역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까지 상향 조정하고 구제역 방역대책 상황실을 설치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11일 전북 김제시 용지면 670마리 규모의 돼지 사육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돼지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아 정밀검사를 벌였고, 이 돼지가 구제역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구제역 확진 판정은 지난해 4월28일 이후 8개월 만이며, 전북 지역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것은 농식품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이다.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에서 키우던 돼지 670마리는 이날 모두 살처분됐다. 이 농장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충남 논산의 농장에서 돼지를 들여왔다.
농식품부는 “현재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지난해 축산 농가의 구제역 백신 접종이 늘어 2014년 51.6%이던 백신 항체 형성률이 지난해 11월 63.2%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준원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 농장이 밀집돼 있음을 감안하면 관리 여하에 따라 확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시 용지면은 양돈 농가가 밀집한 전북의 대표적인 ‘양돈 단지’다. 반경 3㎞ 이내에는 32곳의 농장에서 돼지 8만2065마리를 키우고 있다.
축산 농가에서는 구제역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 많은 농가가 설 대목에 맞춰 출하하기 위해 돼지를 키우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주 최모씨(58)는 “설을 앞둔 이달 말이면 돼지들을 모두 출하할 수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마음도 아프고 답답하다”면서 “앞으로 1년 정도는 돼지를 입식시킬 수 없어 생계도 막막해졌다”고 말했다. 전주김제완주축산농협 관계자는 “용지면 주민들이 혹시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을까 다들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전북 인근 지역들도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충남도는 김제 농장에 돼지를 공급한 논산 농장에 대해 임상검사와 바이러스 환경검사를 실시했다. 이 농가에는 전담 공무원도 배치해 특별 관리키로 했다. 전남도는 도 경계 거점 지역에 소독시설을 설치하는 등 방역을 강화키로 했다. 충남과 전북에서 생산된 모든 우제류 가축은 도내 입식과 도축 등도 제한키로 했다. 경북도는 도내 도축장으로 들어오는 돼지에 대한 소독과 임상관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도축장과 방역이 취약한 농가에는 13일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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