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박진도 명예교수 “농촌 활력 살리는 데 제 역할해야”
“재벌개혁은 전 국민의 관심사이지만, 농협 개혁은 농민들만의 관심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농촌은 먹거리의 보고일 뿐 아니라 인구 과밀 등 도시 문제를 해소할 대안이기도 합니다.”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상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63·사진)는 30일 운동본부가 벌이는 ‘농협 개혁 운동’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운동본부는 지난 3월11일 농협 조합장 전국동시선거를 앞두고 결성됐다.
박 교수는 “농협은 농민들과 조합을 대표해야 하지만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농업 개방 등으로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정부의 농정에도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최근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의식을 잃었을 때 농협은 아무런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협중앙회장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배치됐다는 점, 회장과 측근들이 비리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농협이 금융·경제사업보다 농촌 활력을 살리는 데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방 이후 농민들이 경쟁력 있는 농산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오지만, 정작 농촌에는 경영이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 운동본부는 조합장 선거 당시 입후보자들에게 ‘매니페스토 협약식’을 제안했다.
내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같은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농민조합원 실익·소득 증대, 선거제도 개혁’ 등 24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후보자들이 서명하도록 할 계획이다. 2009년 폐지됐던 농협중앙회장 ‘조합장 직선제’를 재도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박 교수는 “2009년 금권선거를 이유로 직선제가 폐지됐지만, 대의원 조합장 간선제에서도 비리는 여전했다”며 “직선제를 도입하면 투표인단 수가 늘어 조직적인 비리가 줄게 되고, 개혁 의지가 있는 중앙회장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 윤승민 · 사진 김창길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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