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속에 준전세를 비롯한 월세 계약 비중이 늘고 있지만 아직 전세 계약의 비중은 전·월세 거래량의 60%에 달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세의 월세화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강조할 뿐 세입자들의 주거 대책에 무신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도시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의 비중은 58.9%였다. 이는 2011년 69.0%에서 10%포인트 이상 감소한 수치다.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준전세 계약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탓이다. 전세가 월세로 완전히 대체되는 ‘전세의 종말’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아직 전세 비중이 60%에 달해 전세가 쉽게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전세 물량이 부족하긴 하지만 매월 드는 주거비 부담이 없어 세입자들이 여전히 전세 계약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주거비 부담 증가는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결혼·출산 기피로 인구 재생산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어차피 전세시대는 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가 사라지는 것이 시장의 필연적 흐름이라면 정부가 임대료 인상 규제 등 월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임대차 제도를 개정해 임대료 상승 제한, 계약 연장 등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전·월세 임대료 정보 관리조차 미흡하다”며 “정부가 주택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와 관련한 주거 대책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심형석 영산대 교수는 “전세 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담보보다는 소득에 맞춰 대출을 받도록 하는 등 가계부채 폭증을 막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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