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에 인도 노동자들 납치 '불똥'

이슬람 수니파-시아파, 쿠르드족이 얽힌 이라크 사태에 인도 노동자들까지 얽혀버렸다.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가 이라크 내의 인도 이주노동자 수십명을 납치했기 때문이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들은 이라크 티크리트에서 근무하던 인도 간호사 46명이 ISIL에 납치됐다고 4일 보도했다. 간호사들은 지난달 이라크 사태가 시작된 뒤 티크리트의 한 병원에 고립돼 있었지만, 인도 외교당국, 언론들과 접촉하며 근무중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3일 버스와 트럭에 실려 티크리트에서 ISIL의 근거지인 모술로 이동했다고 인도 외교부가 밝혔다. 붙잡힌 간호사 소나 조세프는 힌두스탄타임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들(ISIL)은 우리를 버스에 태우려 할 때마다 저항해왔지만, 별안간 그들의 태도가 (고압적으로) 달라져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현재 모술에는 이곳에서 일하던 인도 건설 노동자 40명도 지난달부터 ISIL에 붙잡혀있다.

이라크에서 일하던 인도 간호사들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에 피랍됐다. |힌두스탄타임스 캡처 (http://www.hindustantimes.com/world-news/iraqonthebrink/iraq-crisis-5-indian-nurses-hurt-as-isis-moves-them-to-mosul/article1-1236272.aspx)

인도 노동자들은 수니파 무장세력이 이라크 북부·서부 지역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납치됐다. 이들은 케랄라주 등 빈곤한 인도 남부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해 왔다. 인도 당국은 이라크에 사는 인도 이주노동자들이 약 1만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도인들은 이라크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블루칼라’ 노동력이 부족한 중동 국가들의 건설현장 등지에서 일하고 있다.

아직 ISIL이 이들을 붙잡은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ISIL이 현상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다만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과거에도 힌두 국가인 인도 정부를 비난하며, 인도에 사는 무슬림에게도 “중앙 정부에 맞서 성전을 벌이라”고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인도 외교부는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으며, 이라크주재 대사관에서 꾸준히 간호사들과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노동자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피랍 간호사 조세프는 “우리 정부는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시신을 안치할) 관을 보내는 것 밖엔 할 수 없을 것이다”고 힌두스탄타임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