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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2010년 우크라이나 세바스토폴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들과 할리데이비슨-레만 3륜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 가디언 캡처 |
소치 동계올림픽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문난 스포츠광이다. 다양한 종목을 즐겼지만 푸틴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스포츠는 ‘무도’ 종목이다. 지금 건장한 몸을 자랑하는 푸틴은 어린 시절 왜소한 체구 때문에 무도를 익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푸틴은 1920년대 러시아 적군(Red Army)의 호신술에서 발전된 무술인 삼보를 14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곧 유도도 함께 익혔다. 푸틴의 재능은 고향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의 삼보·유도대회에서 모두 거둔 우승을 통해 드러났다. 극진가라데도 6단을 따낼 정도로 다양한 무술을 익혔지만 푸틴 하면 떠오르는 무도는 유도다. ‘허리후리기’가 주특기인 푸틴은 2012년 국제유도연맹(IJF)으로부터 공인 8단을 받았다. 국제유도연맹 명예회장이기도 한 푸틴이 유도복 차림으로 연습을 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푸틴에게 유도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2012년 8월 영국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시리아 사태 등을 놓고 정상회담을 한 뒤에도 함께 런던올림픽 유도경기장을 찾은 일은 푸틴이 보여준 ‘유도 사랑’의 일부분이다. 푸틴은 2004년 공저자로 참여해 자신의 얼굴을 표지에 내건 <푸틴 대통령과 함께 유도를>이라는 유도교범을 냈다. “유도를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로 유도를 각별히 여긴 푸틴의 뒤엔 그에게 15년 동안 유도를 가르친 스승 아나톨리 라클린이 있었다. 2000년 첫 대통령 취임식을 치른 다음날 ‘두 번째 아버지’ 라클린과 점심식사를 하기도 한 푸틴은 지난해 8월 라클린이 숨을 거두자 “내 삶의 진정한 선생이자 세심한 멘토였다”며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유도 외에도 푸틴은 스키, 사이클, 배드민턴 등을 즐겼다. 대통령·총리 자리를 맞바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푸틴의 스포츠 파트너이기도 했다. 2011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아이스하키선수권에서 러시아 남자 대표팀이 우승한 뒤 축하연에서 약속한 대로 아이스하키를 배운 일도 있다. 그때 배운 아이스하키를 푸틴은 2012년 3기 취임식 직후 대중에게 선보였다. ‘터프가이’ ‘마초’ 같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푸틴은 가죽점퍼 차림의 오토바이 동호인들과 함께 할리데이비슨-레만 3륜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기도 했다. 포뮬러 원(F1) 경주차에도 몸을 싣고 시속 240㎞를 냈던 푸틴은 한때 자국의 F1 레이싱 선수 비탈리 페트로프에게 국영회사의 후원을 직접 주선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푸틴은 자신의 고향 연고팀이자 김동진, 이호 등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한때 몸담았던 러시아 프로축구팀 FC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의 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