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지난 9월부터 추진해 온 테러방지법 개정안 세부 내용이 24일 그 윤곽을 드러냈다. 강도 높은 개정안 내용이 의회를 통과하면, 정부가 개인정보를 통제하고 무슬림들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반테러 컨퍼런스에 참가해 개정안 주요 내용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오는 26일 의회에 제출할 개정안 내용에는 ‘테러·관련 활동 가담 혐의자 출·입국금지’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가의 대학 강연 금지’ 등이 포함됐다. ‘민간 단체·보험회사-이슬람 무장단체 간 납치 피해자 몸값 협상 금지’도 명시됐다. 무장단체 손에 들어가는 구출 몸값이 결국 무장단체의 몸을 키운다는 정부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또한 특정 IP주소에 접속한 사용자의 데이터만 정부가 수집해 조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집권 보수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은 과거 테러방지법에 따른 조사과정이 개인정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왔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좁혀지면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줄었고, 이에따라 자민당이 테러방지법 개정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가디언 등은 전했다. 메이 장관은 “2005년 7월 런던 지하철 연쇄 폭탄 테러 이후 총 영국 정보국은 40차례 테러 작전을 막아냈다”며 “(법안이 통과되려면)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 개정은 시리아·이라크에서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준동해 영국 내 테러 공포가 커진 가운데 추진됐다. 지난 9월13일 영국인 구호요원 데이비드 헤인즈의 참수 영상이 공개됐고, 앞서 지난 8월에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참수 영상에 영국인으로 추정되는 IS 조직원 ‘지하디 존’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영국인들이 시리아·이라크에 건너가 테러에 가담하거나, 영국과 영국인이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늘었다. 영국은 8월부터 테러 대응 단계를 ‘상당함’에서 ‘심각’으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법안 내용이 언급되자 각계에서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우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기술 업계는 정부의 통신 기록 확인 비용을 업체가 떠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테러단체와의 통신 여부를 따져 테러 용의자를 가려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파악하려고 하는 IP주소는 비교적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원주소를 파악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영국 시민권자들의 국내 복귀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특정 인터넷 사용자 정보의 활동 내역을 최대 12개월분까지 수집할 수 있어 경찰에게 지나치게 힘을 실어준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내 무슬림들은 정부가 무슬림들에 대한 악의적인 편견을 갖게 한다며 테러방지법 개정안 제정을 반대해오고 있다. 영국은 무슬림 인구 비중이 4.4%로, 유럽에서 무슬림 비율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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