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땅주인, 공권력 앞세워 퇴거
ㆍ주변국도 추방 ‘생존 위협’
이달 초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2010년 대지진으로 살 곳을 잃은 이재민 수백명과 경찰이 충돌했다. 지난해 말 정부의 불법 퇴거조치에 따라 타지로 떠났던 이재민 200여가구가 돌아오자 경찰이 이들을 다시 쫓아내려 했던 것이다. 이날 충돌로 4세 어린이와 84세 노인 등 3명이 다쳤다. 지난 4일 이 소식을 홈페이지에 소개한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이 최루탄에 공포탄까지 쏘면서 이재민들을 몰아내려 했다”고 비난했다.
2010년 1월12일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이재민들은 여전히 살 곳을 못 찾고 헤매고 있다. 당시 지진으로 공항과 항구 등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고 약 2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집을 잃은 사람은 150만명이며, 지금까지 임시 거처에 사는 이재민은 15만명에 이른다.
지난달 21일에는 아이티에서 가장 큰 이재민 캠프가 문을 닫았다. 이 캠프는 사설 골프장에 설치돼 있었는데, 골프장 소유주가 폐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재민들에게 400달러씩의 ‘정착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이 돈으로 이재민들이 새 터전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진이 일어난 뒤 이웃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넘어간 이들도 많지만 그들마저 내몰리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이주자 국적 박탈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1929년 이후 자국에 들어온 외국인과 자녀들이 받았던 시민권을 박탈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아이티인들을 겨냥한 조치였다. 도미니카공화국 정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들며 지난해 11월 아이티인 수백명을 내쫓았다. 인권단체들과 카리브해 주변국들, 유엔까지 나서서 강제추방을 비난하자 도미니카공화국은 지난달 아이티와 이민자 문제에 대한 회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아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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