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스노든 사건 때 미국 비난하고 똑같이 행동” 비판
월드컵 개막을 넉 달 앞두고 브라질 정부가 월드컵 반대 시위 참가자들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디언은 5일 브라질 정보기관이 반정부 시위대가 월드컵 진행을 방해하는 것을 막겠다는 명목 아래 도청 행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비밀 요원들이 e메일을 훔쳐보고,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주기적으로 감시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월드컵 보안을 담당하는 브라질 법무부 산하 ‘대형행사특별안보국’은 공식 대응을 피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월드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블랙 블록(black bloc)’ 멤버들을 광범위하게 도청해 경찰에 정보를 넘겨왔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시위 참가자의 컴퓨터 위치와 접속까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첨단기술을 사용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월드컵의 사전행사 격인 컨페더레이션스컵이 벌어졌을 때 최고조에 달한 월드컵 반대 시위는 지금까지도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빈부격차, 인종차별, 큰 폭의 물가 상승 등으로 브라질 서민들의 삶이 어렵기 때문이다. 시위가 월드컵 진행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스위스 취리히 국제축구연맹(FIFA)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행보는 지난해 12월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 보호권’ 결의안을 제출할 때와는 정반대다. 브라질은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 세계적 도청 파문이 일었을 때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이 호세프의 e메일과 전화통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네트워크를 도청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였다.
특별안보국 관계자는 “전 국민이 아닌 폭력 시위 주도자들만 도청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러나 ‘블랙 블록’을 연구한 하파엘 알카디파니 헤툴리오바르가스재단 경영학 교수는 “지난해 6월 이후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며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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