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스마트팜’ 도입 2년 만에 5배 이상 급증



지난달 26일 찾은 세종의 한 스마트팜 온실에 내부 온도·습도를 감지하는 센서, 침수에 대비해 온실 밖 강우량을 측정하는 센서, 온실 내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온실 내부를 촬영하는 카메라(왼쪽 원부터)가 갖춰져 있다. 이 장치들은 스마트팜 제어 장비를 통해 연동돼며 주인은 모바일 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스마트팜의 장치를 제어할 수 있다.



세종시에 정착한 귀농인 박정규씨(54)는 바다 낚싯배 위에서 자신의 딸기 비닐하우스의 실내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하우스의 창문을 여닫았다. 

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은 비닐하우스가 ‘스마트팜(Smart Farm)’이기에 가능하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버튼을 누르면 사람이 손을 쓰지 않더라도 비닐하우스의 측창이 자동으로 오르내린다. 딸기 온실의 실시간 상황을 영상으로 보고, 온도와 습도도 파악할 수 있다. 2014년 말부터 스마트팜을 사용해온 박씨는 “이제 스마트폰 없이는 농사짓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농가에 결합한 스마트팜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농촌에 조성된 온실들이 스마트팜으로 하나둘씩 바뀌고 있고, 밭을 스마트팜으로 조성하는 기술도 선을 보이고 있다. 다만 ICT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 농민들에게는 스마트팜 관리가 어렵고, 기존 온실을 스마트팜으로 전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 과제다.

■온실은 물론 돼지축사에도 도입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을 “ICT를 비닐하우스·축사·과수원 등에 접목해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을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4년부터 농업과 ICT의 융합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거쳐 2014년부터 스마트팜이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비닐하우스 및 온실에 조성된 스마트팜이다. 실내에 온도·습도를 측정하는 센서, 비닐하우스 각 동에 설치된 카메라, 설비들을 원격제어할 수 있는 제어장치가 기본적인 스마트팜의 구성요소다. 장비들이 갖춰지면 주인은 멀리서도 스마트폰으로 온실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비가 많이 와 침수가 우려될 때, 온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을 때 경보가 울려 주인이 상황 수습을 할 수 있다. 온실에 하루 종일 붙어 있지 않아도 되므로 부업이나 여가생활도 가능해진다.

좀 더 발전된 스마트팜 온실은 작물들에 자동으로 영양을 공급한다. 성장에 필요한 무기 양분이 공급되고, 이산화탄소 농도와 토양 상태를 측정하는 센서가 추가된다. 돼지·닭을 키우는 축산 농가에도 스마트팜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가축들의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사료 양, 실내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토양에 센서를 심는 방식이 보급되면 노지 재배 농가도 스마트팜을 조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농업 빅데이터 기반이 될 듯 

농식품부에 따르면 경북 성주군 참외 주산지에 2014년 처음으로 스마트팜 온실이 들어섰는데, 1년 만인 지난해 온실 수가 79개로 늘었다. 충남 부여군 우듬지 영농조합법인도 2014년 1개, 총면적 1.4㏊였던 스마트팜 온실이 지난해에는 5개, 5.3㏊로 확대됐다. 전국 스마트팜 온실 면적은 2014년 60㏊에서 지난해 364㏊로, 스마트팜 축사를 사용하는 농가는 같은 기간 30곳에서 156곳으로 늘었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의 경우 SK텔레콤과 함께 세종시내 100개 농가의 온실을 스마트팜으로 조성했다. 

생산성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서울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팜 도입 농가의 생산량은 도입 전보다 평균 25% 늘었으며, 인건비는 10% 감소해 농가 총수입이 31%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2017년까지 스마트팜 온실을 4000㏊, 스마트팜 축산농가를 730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스마트팜 보급은 작물들의 생육·재배와 관련된 빅데이터 수집도 가능케 한다. 스마트팜이 실내 및 외부 온도, 작물의 생육 상황을 모두 측정하기 때문에 작물 성장에 대한 정보가 자동으로 수집된다. 축적되는 정보는 농민들이 재배 시기·방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스마트팜이 인공지능 ‘알파고’처럼 파종에서 재배까지 스스로 하도록 개량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농촌 고령화가 장벽

다만 대부분의 고령 농업 종사자가 ICT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스마트팜 확산의 걸림돌이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가 조성한 스마트팜 중 일부 고령자 주인들은 관련 장비를 설치만 했을 뿐 스마트팜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젊은 귀농인들이 스마트팜을 알고 농업에 종사하길 바라고 있다. 다만 젊은 귀농인들도 마을에 정착해야 한다는 장벽을 먼저 넘어야 한다. 박씨는 “아버지의 고향이지만 초창기에는 기존 주민들 사이에서 고립감을 느껴야 했다”고 전했다.

장비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반적인 비닐하우스 660㎡(200평)를 스마트팜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약 400만원이 필요하다. 기본형에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 센서를 하나만 추가하는 데도 40만원의 비용이 든다. 농식품부는 초기 투자여력이 없는 농민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스마트팜 전용 모태펀드를 5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농가가 스마트팜을 시설 임대회사에 매각한 뒤 이를 빌려 사용하는 신규 투자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세종 | 글·사진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