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선 결선투표서 이겨 연임
ㆍ내전 종식까진 갈 길 멀 듯
오랜 내전에 시달려온 콜롬비아 국민들이 정부와 반군의 ‘평화협상’에 힘을 실어줬다. 반군과의 평화협상을 추진해온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62)이 대선 결선투표에서 이겨 재선에 성공했다. 산토스의 승리를 계기로 50년째 진행 중인 ‘남미 최장기 내전’인 콜롬비아 내전이 끝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토스는 15일 발표된 대선 결선투표 개표 결과 50.95%의 득표율로 경쟁자인 오스카르 이반 술루아가(득표율 45.00%)를 제치고 연임을 확정지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은 반군과 평화협상을 계속할지 여부였다. 1964년 시작된 내전으로 지금까지 22만명이 숨졌고 500만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 정부는 좌익반군이 납치와 살인·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다고 주장하면서 미군과 미국 민간군사회사 용병들까지 끌어들여 소탕작전을 벌였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2012년 4월23일자로 발간된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
산토스는 2002~2010년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내며 반군 진압작전을 주도한 인물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그는 집권 3년째인 2012년 10월 최대 반군조직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협상을 시작했다. 기나긴 협상은 소기의 성과로 이어졌다. 양측은 FARC가 총을 내려놓고 정치조직으로 전환하면 정치활동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내전으로 토지를 잃은 주민들에게 토지 보상금을 지급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수시로 휴전선언이 깨지면서 반군의 공격과 정부의 진압이 반복됐다.
전임 대통령 우리베는 자신이 키운 중도우파 산토스 대신 술루아가를 내세워 ‘협상 무용론’을 주장했다. 술루아가는 선거 캠페인 기간 “반군이 내전이 끝나는 걸 원치 않을 수 있다”면서 협상에 재를 뿌렸다. 협상 때문에 반군이 죗값을 치르지 않게 될 수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술루아가는 협상을 그만두고 반군을 진압해야 한다며 강경대응을 주장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두 후보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오랜 내전을 협상으로 풀 것인가, 다시 강경진압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처럼 돼버렸다.
선거를 앞두고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지난달 16일 정부와 반군은 마약 밀매를 뿌리뽑기로 합의했다. 결선투표를 닷새 앞둔 지난 10일 정부는 두 번째로 큰 반군 민족해방군(ELN)과도 협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반군도 정부의 요청 없이 이례적으로 먼저 휴전을 제안, 6월 한 달간의 휴전이 성사됐다. 지난달 25일 1차 투표에서 술루아가에게 밀렸던 산토스는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우파와 중도파는 물론, 좌파들로부터도 지지를 얻었다. 콜롬비아 주간지 ‘세마나’의 칼럼니스트 다니엘 코로넬은 “산토스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의 평화협상에 동조해 산토스를 찍었다”고 분석했다. 산토스는 15일 개표 결과 발표 후 연설에서 ‘평화(paz)’라는 단어가 쓰인 오른손바닥을 들어보였다.
이번 대선으로 평화협상에 힘이 실리게 됐지만, 내전이 끝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미 언론 메르코프레스는 “평화를 원하는 국민들도 협상이 쉽게 이뤄질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부와 반군은 반군의 과거 범죄 중 사면 범위를 정하고, 내전 피해자 보상 문제와 평화협정 절차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민감한 쟁점들이 많이 남아 있어 협상 속도는 더 늦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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