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사회당 후보 사고사 후 지명… 환경운동 앞장, 호세프와 결선투표 가상대결 지지도 앞서

‘아마존의 여전사’가 브라질 대선에서 이변을 연출할 것인가. 환경운동가 출신인 마리나 시우바 전 환경장관이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최대 복병으로 부상했다. 야당인 브라질사회당(PSB) 후보가 갑자기 사망한 뒤 대선후보로 내정된 시우바가,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기도 전에 2위권으로 부상한 것이다. 노동자당(PT) 지우마 호세프 정권의 지지부진한 개혁과 경제침체 등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시우바 쪽으로 향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좌파 투사 출신 호세프 현 대통령과 아마존 여전사 간의 결선 맞대결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가 18일 웹사이트에 공개한 조사 결과 호세프가 시우바와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경우 시우바가 47%의 지지율로 호세프(43%)를 앞설 것으로 예측됐다. 호세프의 지지율은 36%, 시우바는 21%였으나 두 사람이 결선에 진출할 경우 오히려 시우바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이 확실시되던 호세프에게 최대 적수가 나타난 것이다. 시우바는 브라질사회당의 부통령 후보였으나 대통령 후보였던 에두아르두 캄푸스가 지난 13일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져 대선후보가 됐다. 아직 공식 후보지명 절차가 남아 있지만 시우바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브라질 대선에서는 1차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시우바는 1958년 브라질 내륙 아크리주의 고무 플랜테이션 농가에서 태어났다. 포르투갈계와 흑인의 피가 섞인 뮬라토다. 대학을 졸업한 1984년부터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운동을 벌이다 1988년 벌목업체가 고용한 폭력조직에 암살당한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와도 함께 활동했다. ‘아마존의 여전사’라 불리던 시우바는 1994년 연방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입성했다. 2003년에는 룰라 다 시우바 정권 1기 내각의 환경장관에 임명됐다.

2008년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2010년 대선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 소수정당 소속임에도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9%를 기록했다. 당시 시우바는 ‘흑인을 대표하는 대통령’을 내세워 선전을 했지만 3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2009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는 ‘지구의 챔피언상’을 받는 등 환경운동가로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중도우파 정당인 브라질사회당은 좌파인 시우바를 내세워 현 정부에 실망한 좌파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얻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보건·교육·교통 등의 인프라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는 데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지난해부터 호세프 정권을 비판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지난 6월의 월드컵 때에도 호세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적 성향은 호세프와 같은 좌파이지만 시우바는 ‘새로운 정치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일간 폴랴지상파울루는 “지난해 6월 대규모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기존 정당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브라질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면서도 여전히 차별받는 물라토와 흑인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도 시우바의 강점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