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쯤, 기사에 쓰인 자료들을 몇가지 받게 되면서 시리즈를 구상하게 됐다.
시리즈 틀을 잡고, 취재라기보다는 공부를 하면서, GMO가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될 주제라는 걸 깨닫게 됐다. GMO 관련 논쟁이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었고, 이것을 잘못 다루다간 기사가 웃음거리가 될거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지면과 온라인에 공개될 때까지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GMO 자체의 안전성 논란, GMO 함유 식품을 소비자가 선택할지말지 결정케 할 'GMO 표시제', 주변 농민들의 반발을 일으킨 '깜깜이식' GMO 시험 재배와 개발. 크게 국내 GMO 관련 논란은 이 정도 갈래로 나뉘어진 것 같다.
벼, 사과, 포도 등의 유전자변형(GM) 작물이 시험재배되고 있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농촌진흥청 소속 연구단지의 경작지.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시리즈는 이 갈래들을 한 회씩 나눠 소개하려는 의도로 구성됐다.
안전성 논란은 이견이 많은데다 자연과학에 문외한인 내가 다루기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때문에 1회는 GMO 표시제 논란을 주로 다루고 안전성과 관련된 논란을 소개했다. 표시제는 20대 국회 개회와 함께 몇몇 의원들이 관심있게 다루는 주제라 1회로 다루기에 나쁘지 않은 이슈였다고 생각한다.
2회는 올해초부터 농촌진흥청이 위치한 전주혁신도시 인근 지역에서 벌어진 'GMO 시험 재배' 논란을 중심으로, GMO(정확히는 번식이 가능한 LMO) 유출 사례 이야기를 함께 썼다. 유출 지역 데이터는 공식적으로는 공개돼 있으나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보기가 어려운 내용이다.
3회는 국내 생명과학계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GMO 반대 운동에 나선 임학태 교수를 인터뷰했다. 사실 인터뷰와 함께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들을 언급하려고 했으나 임 교수가 GMO를 연구하다가 반대 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크게 들어가며 충분히 담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2회가 시험 재배를 중심으로 다뤘다면 3회는 '개발'을 중심 의제로 다뤘다. (물론 시험 재배는 개발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만 재배 없이 실험실에서도 가능한 개발이 있는 줄로 안다.)
프롤로그처럼 쓰인 '성장호르몬 맞은 소에서 짜낸 우유' 기사의 경우, 개발사인 LG생명과학 측에서는 '유전자 변형(GM)'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자료를 제공해 준 김현권 의원실과 농식품부 측에서는 'GM 호르몬으로도 볼 수 있다'는 근거들을 냈다. 이런 일은 '어디까지를 GMO로 볼 것인가'도 전세계적으로 합의가 안돼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GMO 반대 운동'이라는 범주로 묶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생각이 많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우선 GMO 표시제라도 통과시키자'고 하는 반면 다른쪽에서는 'GMO 시험 재배도 전부 그만두라'고 한다.
시리즈에서는 새로운 사실, 혹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도 소개가 되지만, 대부분 다른 연구자들이나 언론들이 소개했던 것들을 정리한 것들이 많다. 다만 '어느 측면들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하는 고민이 참 많았다.
일각에서는 이 시리즈를 내가 걱정했던대로 웃음거리쯤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GMO 찬성론자들의 입장도 충분히 담았어야 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하지 못했던 건 '이미 짜놓은 시리즈 전체 틀이 흔들리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고로 좋은 시리즈 기사였다고는 감히 말을 꺼내기가 참 어렵다. 다만 이 시리즈에 들인 시간들과 품이 아쉬워 후기를 남겨본다.
내가 기사쓰기 위해 했던 공부들이 기사를 통해 잘 전달돼 독자분들도 기사를 보고 같이 공부가 됐으면, 또 이 후기를 보면서 기사에 미처 내가 담지 못했거나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것들도 이해해주셨으면 하는게 바람이다.
<프롤로그>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오늘 아침 마신 우유…‘발암 위험’?
<1회>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① 카놀라·콩·옥수수…‘GMO로 차린 밥상’ 알고 먹나요?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안전성·범위 논란 ‘현재진행형’
<2회>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 ② GM 작물 시험재배 전국 27곳…종자 유출 사례 126건 확인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미국선 GM 밀 섞여 ‘유기농 인증’ 취소되기도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대기업 5곳이 5년간 GMO 1067만톤 수입
<3회>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③ “GMO 제초제로 자폐증 아이 늘었다는 논문에 신념 바꿔”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글로벌 종자시장 진출 명목 ‘개발’ 폭주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농진청, 위험성 축소 ‘GMO 찬성 홍보’ 집중
<후속>
'정부는 이랬다 >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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