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수입 10% 늘면 국내 과일값 1% 하락

ㆍ포도·수박·사과·배 소비 감소 등 1년 내내 영향

바나나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내산 포도 가격이 떨어지고 포도 수입물량이 늘어나자 국내산 참외 소비가 줄었다. 과일 수입량이 늘어나면 종류가 다른 국내산 과일의 가격이 떨어지고 소비량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확대의 여파가 국내산 과일을 직격하고 있는 것이다.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수입 과일과 국산 과일의 품목별 소비 경합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바나나, 오렌지, 포도 등 수입 과일의 물량이 10% 늘어나면 국내산 과일 품목의 가격은 0.5~1.0%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은 1996~2014년 계절별 주요 과일·과채류의 물량과 국내산 과일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봄철에 외국산 바나나 물량이 10% 증가했을 때 국내산 수박의 가격이 0.6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에는 국내산 포도 가격이 0.63%, 국내산 사과 가격이 0.78% 하락했다. 겨울에는 국내산 배(0.46%), 단감(1.04%)값이 떨어지는 등 바나나는 1년 내내 국내산 과일의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산 오렌지 물량이 10% 늘었을 때는 국내산 감귤 가격이 봄(1.38%), 가을(0.41%)에 모두 떨어졌다. 외국산 포도 물량 10% 증가도 봄철 참외 가격 1.03% 하락, 가을 배 가격 0.38% 하락으로 각각 이어졌다. 여름철 외국산 체리 물량이 10% 늘었을 때는 국내산 포도 가격이 0.39%, 참외가 0.29% 떨어졌다. 농경연은 가격 하락은 곧 소비량의 감소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즉 외국산 과일이 국내산 과일을 대체하면서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용선 농경연 선임연구원은 “외국산 과일이 국내산 과일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른 종의 과일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포도 수입량 증가는 물론 바나나, 체리 등의 수입량 증가가 포도 가격 하락·소비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국내산 과일의 시장 개방 대비 전략을 짤 때는 복합적인 요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FTA에 따른 피해를 예측·평가해 보상하는 데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설 연휴를 앞두고 과채류 물가가 요동칠 것에 대비한 설 민생안정대책을 3일 발표했다. 정부는 배추, 사과 등 15개 농축수산물의 공급량을 17일까지 평소보다 60% 이상 늘리기로 했다. 또 주요 설 성수품·생필품 등 28개를 특별점검 품목으로 선정하고, 매일 해당 품목의 물가를 조사하는 한편 주요 농축수산물 직거래 장터와 특판행사도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