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서울 양천·강서·동작구 집 구하러 가보니…
ㆍ올 월세 비중 27.8 → 36.2%
ㆍ“월급쟁이들 갑갑” 긴 한숨
“22평 전세 있어요?”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신목동 ㄱ공인중개사 사무소. 늦은 저녁 젊은 부부가 찾아왔다. 중개인은 “이곳 6단지 전세는 전혀 없고, 보증금 내는 월세(반전세)만 매물로 나왔다”고 답했다. 중개인은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 50만원짜리 72.7㎡(22평) 월세를 권했다. 그나마 월 80만원씩 내야 하는 집보다는 부담이 덜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전세가 워낙 없어 반전세라도 나오면 바로바로 빠진다”고 말했다. 신목동역에서 가까운 1단지 아파트 쪽에는 전세 물량이 하나뿐이었다. 대부분은 보증금 2억원대에 40만~50만원짜리 월세다. 부부는 “월급에서 40만원을 떼내 월세를 내면 살아가기가 막막해진다”며 “나 같은 월급쟁이가 선뜻 구할 수 있는 매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이라면 전세로 나왔어야 할 매물이 보증금 있는 월세 매물로 전환되고 있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월세 거래 통계’를 보면 서울시 전체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 27.8%에서 지난달 36.2%로 매달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강변에 있는 59.5(18평)~60.1㎡(20평형) 주공아파트 전세는 젊은 부부들에게 인기다. 인근 가양역에서 서울 시내로 급행 지하철이 다니는 데다, 오래된 복도식 주공아파트다보니 민영에 비해 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양동 ㄴ공인중개사 앞 매물 현황판에는 ‘빌라 매매’, ‘월세’만 걸려 있었다. 중개인은 “단지 하나가 1600가구인데 단지당 전세 매물은 1개”라며 “전세 자체가 없다보니 매매가격 3억원짜리 아파트에 2억8000만원 전세로 들어와도 집주인이 싱크대도 고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매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전셋값이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 뻔하다 보니 전세보증금을 아무리 비싸게 쳐줘도 집주인은 아까워한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중개인 ㄷ씨는 “전세는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당2동에 아파트 전세 매물은 5개다. 반면 월세로 나온 아파트 매물은 72개로, 전세 매물보다 14배 많다. 월세 매물 중 59.5(18평)~79.3㎡(24평형) 소형 아파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개인이 가지고 있는 매물의 아파트 월세 가격은 대부분 60만~100만원이다. 그는 “곧 장가갈 우리 아들에게 집은 고사하고 전세라도 얻어줘야 할 텐데 시세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갑갑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건축은 안 그래도 심각한 전세 대란을 더 부추기고 있었다. 강동구 명일동 ㄹ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는 “이 지역은 전세가 더 오르니 추석 전에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주공 3단지 재건축이 시작되면서 10월에는 전세가 또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일동 2400가구 규모 ㅁ아파트 단지 내에 59.5㎡ 전세는 1곳, 76.0㎡(23평) 전세는 3곳만 매물로 나와 있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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