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취재진에 “숨진 이들 기억해야”
ㆍ콩코르디아·세월호 때와 비교
“저를 영웅이라 부르지 마십시오.”
지난달 말 불이 난 이탈리아 페리선 노르만 애틀랜틱호 선장 아르질리오 지아코마치(62)가 1일 자택을 찾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사고 당시 지아코마치는 탑승객들이 모두 구조될 때까지 기다린 뒤 가장 마지막으로 배에서 탈출했다. 지아코마치는 선장의 책무를 다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웅’이 됐다.
지아코마치는 1일 이탈리아 북부 라스페치아의 집 앞을 둘러싼 취재진 앞에 나와 “나를 영웅이라 칭송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전했다. 지아코마치는 “영웅이라는 말은 쓸모없으며, (화재로) 숨져 더 이상 우리와 함께할 수 없는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들어갔다.
지난달 28일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던 중 노르만 애틀랜틱호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지아코마치는 승객 구조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는 조난 신고를 한 뒤 선내 경보를 울렸다. 40년에 이르는 항해 경험을 바탕으로 아비규환이던 선내 구출 작업을 직접 지휘하며 “나는 마지막에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라레푸블리카는 전했다.
13명이 숨지고 100명 가까이 실종됐지만 탑승객 427명이 구조됐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선박 화재는 그의 지휘와 대응 덕에 최소한의 희생으로 끝났다.
지아코마치는 2012년 콩코르디아호 침몰 당시 선장 프란세스코 셰티노과 비교돼 더욱 큰 찬사를 받았다. 당시 셰티노는 승객들보다 먼저 도망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콩코르디아는 완전히 침몰하지도 않았지만 선장이 먼저 도주하는 바람에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때 가장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도 재판을 받고 있다. 콩코르디아호 사건과 세월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세계 언론들은 ‘선장의 윤리의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사고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지아코마치가 과실치사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특히 현지 언론들은 이 배에 불법 이주자들이 몰래 타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구출된 이들 중 70명은 탑승자 명단에 없었으며 3명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로 확인됐다. 이 배가 정원보다 많은 인원을 태웠을 수도 있다. 지아코마치는 지난달 31일 화재 사고와 관련해 5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탈리아 해운 당국은 노르만 애틀랜틱호를 남부 브린디시로 예인한 뒤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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