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EU 선거 부정 조사 촉구… 종족·종파간 갈등 증폭 우려
2001년 미국의 침공 이후 첫 민주적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 대선 부정 논란과 결과 불복 움직임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미군 등 외국군의 철군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는 미국과 유렵연합(EU)은 재검표 등 전면적인 선거 부정 조사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대선 후보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정표가 가려지지 않는다면 대선 결선투표 잠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4일 치러진 결선투표에서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압둘라가 당선되리라 예상됐다. 하지만 2위였던 야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이 압둘라에게 100만표 이상 앞섰다고 알려지자 압둘라는 가니와 선거관리위원회가 결탁해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며 선거 부정 조사와 재검표를 요구해왔다.
압둘라는 지난달 22일 일부 지역에서 유권자수보다 투표수가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선관위 사무국장이 투표 부정을 지시했다는 녹음테이프를 공개했다. 결국 선관위는 1930개 투표소를 대상으로 재검표를 했으며, 지난 2일로 예정된 잠정 결과 발표를 7일로 미뤘다. 승리가 예상되는 가니 측은 압둘라 측과 선거 부정 조사를 하자는 데는 합의했지만 6일 잠정 결과 발표를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대선 결과를 둘러싼 후보 간 갈등이 길어지면서 아프간 정국은 더욱 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대내적인 종족·종파 간 갈등이 우려된다. 압둘라는 1990년대 반탈레반 작전의 선봉장인 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의 측근으로, 타지크족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가니는 순수 파슈툰족임을 내세워 파슈툰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선거를 둘러싸고 상대 종족을 비방하는 글이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난무하자 정부는 6일 페이스북 차단을 검토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의 철군과 미군과의 새 안보협정 논의가 미뤄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거 부정 의혹 문제를 매듭지어 철군 문제 등을 논의할 새 파트너를 만나야 하는 미국과 EU는 선거 부정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존 매케인 등 미 상원의원들은 수도 카불을 방문해 두 후보 측을 만났으며, EU는 지난 3일 “조사가 필요한 투표소는 6000개 이상이며, 정부의 선거 부정 조사 규모는 충분하지 않다”는 성명을 냈다. 카지룰라 잘랄 카불대 교수는 “국내외적 혼란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조정이 더욱 필요하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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