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재무장관(65·사진)이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 후보가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는 데다 치안 문제와 미국과의 안보협정 체결 같은 이슈가 쌓여 있어 새 정부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독립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치러진 대선 결선 잠정집계 결과 가니가 득표율 56.44%(448만표)로 43.56%를 얻은 압둘라 압둘라 후보를 눌렀다고 7일 발표했다. 외교장관 출신인 압둘라는 지난 4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결선에서는 가니에게 100만표나 뒤처지며 패했다.


오는 22일 선관위 최종 집계에서 승리가 확정된다면 가니는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다음달 2일 취임한다. 이렇게 되면 아프간은 1990년대의 내전과 2001년 전쟁의 상처를 딛고 사상 첫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루게 된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이번 선거를 아프간 안정화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가니는 1949년 아프간 동부 로가르주에서 태어났으나 1977년 미국에 유학한 뒤 24년간 미국에서 살았다. 인류학 박사로 미국 UC버클리, 존스홉킨스대에서 강의했고 1991년부터는 세계은행에서 일했다. 2001년 귀국해 유엔 아프간 특사와 재무장관을 지냈다. 정작 국민들에게는 인지도가 낮아 2009년 대선 출마 때에는 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이번 대선에서 가니는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고 대중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썼으며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 지지를 끌어냈다. 주류 부족인 파슈툰족이 타지크계인 압둘라 대신 가니에게 표를 던진 것도 주된 승리 요인으로 분석된다. 

친서방 성향이던 가니는 소수민족인 우즈벡족의 표를 얻기 위해 인권침해로 비난받아온 우즈벡족 군벌 압둘 라시드 도스툼을 부통령 후보로 내세웠고, 심지어 아프간 내 미군 기지에 갇힌 탈레반 수감자들의 석방을 주장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가니가 넘어야 할 산들은 많다. 선관위 잠정집계가 발표됐으나 부정선거 의혹은 불식되지 않았다. 선관위조차 이번 선거 과정이 “완벽하지 못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압둘라는 “이번 발표는 시민들에 대한 쿠데타”라며 승복을 거부했다. 7일 잠정집계 결과 발표 뒤 파슈툰족은 축하 행사를, 압둘라를 지지하는 타지크족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앞서 1930개 투표소의 표들을 재검표한 선관위는 압둘라의 요구를 받아들여 7000여 투표소를 대상으로 추가 재검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선거결과 ‘검증’을 촉구했다.

선거부정 의혹을 딛고 취임하더라도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야 한다. 치안상황은 여전히 나쁜 데다 선거 과정에서 파슈툰-타지크 간 해묵은 부족 갈등의 불씨까지 되살아났다. 전후 13년이 지났으나 탈레반은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다. 미국과의 안보협정을 타결짓는 것도 새 대통령의 몫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