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빚 털자” 안전시설·녹지 축소…“좋은 아이디어” 상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비를 줄여 부채를 해소하겠다며 아파트 특별피난계단이나 연기배출 설비를 생략하는 등 안전시설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녹지와 복지시설을 최소화해 부채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했고, 이 같은 대책들을 내놓거나 실행한 직원들에게 포상도 했다. LH가 ‘빚 줄이기’에 급급해 입주자의 안전이나 삶의 질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이 17일 LH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LH는 지난해 부채 절감 방안을 내놓거나 실행한 직원들에게 ‘LH인상’을 줬다. LH는 1년 동안 37개 방안을 내놓은 직원들에게 총 7200만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에는 이 같은 방안이 총 6조6519억원의 부채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문제는 LH의 부채 해소 방안이 안전과 환경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LH는 복도식 아파트에 특별피난계단을 설치하지 않도록 설계 기준을 변경했다. 이를 통해 5년간 1117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계 기준에는 제연(연기배출) 설비를 설치하지 않고, 방화문을 1개만 설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배관이나 틈새를 통한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방화구역 모든 배관에 설치하려던 내화충전구조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등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경기 고양원흥 공공택지지구에 외국계 대형 가구점인 이케아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자료를 제공하고 토지 매각을 성사시킨 것도 확인됐다. 일산가구단지 등 주변 상인들이 반대했지만, LH는 아파트 분양률을 높이겠다며 이케아 유치를 직접 주도했다. 경기 양주회천지구에서는 조성원가를 높인다는 이유로 녹지를 줄였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우수 식생을 보전해야 한다며 녹지율 축소에 반대했지만 LH는 원형보전산지를 공동주택용지로 변경했다.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할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려 복지시설을 줄인 방안들도 상을 받았다. 대구 노원지구에 계획됐던 3000㎡ 규모 어린이공원, 양주회천지구의 초등학교도 장기 미착공을 이유로 철회했다. 행복주택 지하 주차장 면적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주 입주 대상인 신혼부부들이 “(차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주차유발이 적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미경 의원은 “서민 주거복지와 주거안정에 힘써야 할 LH가 부채 감축에만 열을 올리며 꼼수 대책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LH 관계자는 “설계 변경 등의 안전성은 충분히 검증했다”며 “서민층에게 안전한 주택을 싼 가격에 공급하려는 측면에서 적정선을 찾으려 했다”고 해명했다. 녹지·편의시설 축소 등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지구를 활성화하려는 측면에서 검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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