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4년의 ‘농민 대통령’ 자리에 누가 오르게 될까. 오는 12일 치러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농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6명의 후보는 저마다 ‘농협중앙회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관심은 정책 공약보다는 후보들의 출신과 배경에 쏠려 있다. 전국 조합장들 1134명 중 대의원 292명이 선거에 참여해 당락을 좌우하는만큼 올해도 선거 전후로 진통이 예상된다.

선거에는 총 6명이 입후보했다. 선거를 이틀 앞둔 10일 현재 3강 3약의 구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3강으로 거론되는 후보는 이성희 전 경기 낙생농협 조합장(66), 최덕규 경남 합천가야농협 조합장(65), 전남 출신의 김병원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62)다. 나머지 3명은 하규호 경북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장(57), 서울 출신 박준식 농협중앙회 상생협력위원장(75), 김순재 전 경남 동읍농협 조합장(50)이다.

경험 많은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김병원 후보와 최덕규 후보는 바로 전 선거가 벌어진 2011년 선거에도 출마해 최원병 현 회장과 경합을 벌였다. 특히 김 후보는 최 회장이 처음 당선됐던 2007년 선거에 나서 1차 투표 때 1위를 기록했으나, 최 회장과의 2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모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1차 투표를 실시한 뒤, 과반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를 대상으로 2차 최종투표를 실시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이런 시스템에 현재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어 선거 당일인 12일 결과 발표 전까지 새 회장의 얼굴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2007년 11월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현 최원병 회장 |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선 가능성이 높은 60대 후보들뿐 아니라 하규호-김순재 후보 등 ‘50대 기수’들도 농협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가 각 조합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는커녕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불만이다. 그러나 실제 선거의 관심사는 ‘누가 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으냐’ 내지는 ‘누구 편을 들어줄 것이냐’다. 회장의 권한이 막강한만큼 지역조합에게 줄 수 있는 특권도 적잖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법적으로는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면서 중앙회와 신문사로부터 받는 연봉이 총 7억2000만원에 달한다. 비공식적으로 농협중앙회 부회장 및 3명의 대표, 산하 계열사 31개의 대표 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협의 정책·사업을 결정하는 이사회 및 대의원회 회장도 맡고 있다. 각 지역조합이 지역에 빌려주는 무이자 자금인 ‘조합상호자금’ 지급 권한도 중앙회장의 손 안에 있다. 소위 ‘회장의 편’에선 조합장에 상대적으로 더 큰 몫의 자금이 돌아간다는 이야기도 있어 조합장들은 줄서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호남지역 농협은 호남 출신을, 영남지역은 영남 출신을 지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농협 중앙회 본사 건물 | 연합뉴스



많은 수입과 권한을 얻을 수 있는만큼 후보자들도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때문에 각 후보를 향한 비판과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성희 후보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역임하면서도 최원병 현 회장의 측근들의 비리 스캔들을 제대로 감사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최덕규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에서 일한 경력 때문인지 ‘청와대와 정치권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병원 후보는 2011년 선거 당시 최원병 회장에 대한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소한 뒤 NH무역, 농협양곡 대표를 맡은 점이 다시 입길에 올랐다. 회장보다 농협중앙회 고위직을 염두에 두고, 낙선 뒤 이 자리를 확답받기 위해 나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선거 전·후로 금권 선거 논란도 예상된다. 2009년 농협중앙회는 1100여명의 전국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선출할 때 금권선거가 난무한다며 이를 ‘대의원 간선제’로 고쳤다. 그러나 각 후보들이 ‘관리’해야 할 대상이 줄어든 만큼 각 후보자들이나 중앙회 차원에서의 ‘로비’가 더 쉬워졌다. 중앙회 입장에서도 중앙회의 현 구조를 흔드려는 후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책 선거에 대한 움직임들이 지난해 전국 조합장 동시 선거를 계기로 이번 선거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이번에도 정책 선거보다는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중앙회장 선거가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농협 조합장 및 중앙회장 정책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 말 농협중앙회장 선거 후보 6명을 대상으로 ‘회원조합 및 조합원 권한 강화’를 포함한 24대 공약을 권고했으나 지난 6일까지 이에 동의한 후보는 2명(김병원, 김순재 후보)뿐이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