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NYT “노벨위, 극단주의 기승 부리는 세계에 메시지”
ㆍ인도·파키스탄 나란히 배출… 양국 관계에 도움 기대

10일 발표된 올해 노벨평화상이 던진 메시지는 여성과 어린이였다. 여성의 교육을 강조하고 아동의 권익 신장에 힘쓴 인물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카일라시 사티아르티는 이날 인도 PTI통신에 “문명사회에서도 고통을 받는 수백만 어린이들의 참상을 인식해준 노벨위원회에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 “인도에서 태어난 아동노동 반대운동이 이제는 세계적 운동이 됐다”며 “인도의 살아있는 민주주의 덕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에 총격을 당한 지 2년 하루 만에 노벨상 수상자 선정 소식을 접한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트위터에 “사랑과 지지를 보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글을 썼다. 파키스탄 일간 돈(DAWN)은 1979년 물리학상을 받은 압두스 살람 이래 두번째로 자국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을 환영하면서 말랄라가 탈레반 치하에서 고난을 겪었던 지역을 지도와 함께 상세히 소개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말랄라는 파키스탄의 자부심이며, 세계의 모든 소년소녀들은 그의 투쟁과 실천을 뒤따라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인도 국적을 취득한 테레사 수녀를 포함해 6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사티아르티와 말랄라 모두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탈레반에 총상 입었던 말랄라 2012년 10월9일 파키스탄 밍고라에서 하굣길에 탈레반으로부터 총격을 당한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들것에 실려나가고 있다. 밍고라 | AFP연합뉴스


아이들과 함께한 사티아르티 카일라시 사티아르티가 자신이 주도한 어린이 구하기 운동의 일환으로 세운 아동 직업훈련 공동체 발 아슈람의 어린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 사티아르티 홈페이지


인도와 파키스탄은 종교의 영향력이 크고, 여성과 아동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다. 파키스탄의 학교 밖 아동은 500만명에 이른다. 사티아르티가 사는 인도는 카스트제도 아래 가난과 차별이 상존한다. 인도에서 노동에 내몰린 아이들은 6000만명에 달한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티아르티는 공학기술자의 길을 포기하고 1980년 아동 인권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6세 때 또래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일터로 가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고, 공학자로만 머물 수는 없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바치판 바차오 안돌란(어린이 구하기 운동)’을 시작해 노예생활이나 다름없는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8만명가량의 어린이들이 그의 캠페인 덕에 구출됐다. 사티아르티는 구해낸 아이들을 가르치고 직업훈련을 시키는 교육공동체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홍차 팔던 소년’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하자 “차 따르던 소년이 총리가 됐으니 이제 어린이들이 강제노동에 내몰리지 않도록 나설 때”라는 트위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티아르티는 아동노동 근절운동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러그마크’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기도 하다. 1994년 그가 설립한 러그마크 재단(현 굿위브 인터내셔널)은 남아시아의 카펫 공장들을 조사, 14세 이하 아동을 고용하지 않고 직조공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주는 업체에 러그마크라는 공정무역 제품 인증을 해준다.

세계 곳곳에서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평화상 수상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말랄라의 영예와 이라크, 시리아, 예멘의 현실을 대비시키면서 “세계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의도”라고 보도했다. 

인도-파키스탄 양국에서는 나란히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이 양국관계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사티아르티는 뉴델리TV 인터뷰에서 “말랄라를 인도로 초청해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돈은 사티아르티를 “마하트마 간디의 전통을 지켜온 인물”이라고 평했다. 노벨위원회도 말랄라와 사티아르티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힌두와 무슬림, 인도와 파키스탄이 극단주의와 교육을 위한 싸움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