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국감 ‘단골메뉴’ 된 지난 정권 국책사업 부실·비리
ㆍ여야 “MB 정권 후 광물공사 자원 확보 단 1건도 없어” 질타
ㆍ야 “4대강 부채 상환 계획 비현실적” 여 “보 등 부동산 남아”
정권이 바뀐 지 3년이 지났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유산(遺産)’들이 도마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해외자원개발과 4대강 사업 등 주요 국책사업은 매년 새로운 부실과 비리가 드러나면서 국감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았다. 수십조원의 혈세를 쏟아부은 두 사업이 다음 정부의 정책이슈까지 집어삼키는 형국이다.
■“광물자원공사, MB 정부 이후 자원확보 성공 1건도 없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21일 국감에서는 한국석유·한국가스·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자원 공기업 3사의 해외자원개발 실패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광물자원공사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자원확보에 성공한 사업이 한 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광물자원공사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12건의 사업에 473억원을 썼는데, 2003~2006년에 6건을 성공했을 뿐 그 후 한 건도 자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가 변죽만 울렸지 알맹이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정희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석유공사가 캐나다 자원기업 ‘하베스트’를 인수할 때 지식경제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원 규모가 과대 평가됐다’는 지질자원연구원의 검토의견서를 무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투자 실패로 2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석탄공사의 투자도 비판 대상이 됐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의원은 “석탄공사가 지난해 몽골에 탄광개발을 하면서 1억3000만원어치 석탄(2만4000t)을 팔기 위해 직원 23명이 관리비 19억원을 사용했다”며 “이런 부실사업으로 인해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712억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멕시코 볼레오 광산은 외국운영사가 거의 부도 상태인데 추가로 지분을 확보했다”(김상훈 의원), “자원 공기업 3사가 리스크 관리도 없이 ‘구멍가게’ 운영하듯 투자를 했다”(이정현 의원)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야당 의원들은 당시 지경부 장관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공세를 취했다. 새정치연합 추미애 의원은 “총리실 내부 문건은 정권 차원의 투자 지시를 집행한 사람이 최 부총리라고 추정케 한다”며 “최 부총리를 국감 증인으로 불러 책임자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부채 떠안는 국민들
대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됐던 4대강 사업 부채 문제를 놓고 여야 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4대강 사업 부채 원금 8조원 중 2조4000억원을 국고에서 메우는 계획을 발표했다.
새정치연합 김상희 의원은 “수자원공사는 22년간 매년 1800억원의 순익을 내 부채를 갚겠다고 했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변재일 의원도 “부채 원금 중 수공이 떠안은 5조6000억원을 실제 상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올해 갚아야 할 7500억원 중 1500억원은 신규 채권을 발행해 갚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4대강 사업비 22조원 중 일부는 보 등 부동산 형태로 남아 있다”며 “혈세를 모두 낭비했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은 책임감 없이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간 공방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발언 이후 더욱 심해졌다. 하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수공의 4대강 부채 상환 계획을 질타하자 “이번 국감이 ‘부실국감’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연일 받고 있는데 국토위 국감이 ‘고장 난 레코드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야당도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만 하지 말고) 해법·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민홍철 의원은 “하 의원 발언은 동료의원에 대한 막말”이라며 사과를 요청했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도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왜 초래됐는지 우리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수자원공사도 더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며 국감이 정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조미덥·윤승민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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