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전세버스 뺀 ‘콜버스’ 양성화

심야 시간 도심에서 교통편이 없어 발을 구르는 사람들에게 대안으로 등장한 ‘콜버스’. 불법 논란이 일자 정부는 콜버스를 양성화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콜버스 ‘한정면허’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면허를 택시·버스 사업자에게 우선 발급하기로 해 기존에 콜버스로 쓰이던 전세버스 기사들은 오히려 일거리를 잃는 상황이 됐다는 점입니다. 신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안전관리도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버스·택시업계, 전세버스 업계의 주장 등이 뒤엉킨 모양새입니다.

지난 25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은 콜버스에 해당하는 ‘심야시간 구역운송사업’ 한정면허를 시내·시외버스 및 택시 등 운송 면허를 받은 사업자들에게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면허제가 아닌 등록제 대상인 전세버스 사업자들은 콜버스 면허를 받는 규정이 없습니다. 승객과 전세버스를 연결하는 ‘콜버스랩’은 운영을 계속할 수 있지만, 교통수단이 전세버스에서 택시 등으로 바뀌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전세버스의 70% 이상이 불법 지입 차량이며 안전 문제 때문에 콜버스 면허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지입 차량은 전세버스 기사가 개인차량을 마련해 회사와 계약을 맺고 실제로는 개인영업을 하는 차량입니다. 지입 차량이 사고가 나면 기사와 회사 중 어느 쪽에 책임을 물어야 할지 애매할 수 있습니다. 국토부는 콜버스 운행을 한 전세버스 기사가 아침에 통학·통근버스도 운행할 가능성이 커 사고 위험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도 합니다.

지입 전세버스 기사들의 단체인 전세버스협동조합의 생각은 다릅니다. 전국전세버스협동조합협의회 관계자는 “전세버스는 기사의 개인자산이라 사고 시 기사의 피해가 더 크므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세버스 기사들 사이에선 “발언권이 센 시내·시외버스와 택시 업계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부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정부가 신산업 육성과 안전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이런 딜레마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필요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와 악화된 대외 경제 여건 속에서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콜버스 양성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강화돼 안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사고에 책임을 질 부담도 커졌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서울 내에 택시만 7만대 등록된 상황에서 전세버스까지 투입할 만큼 심야 교통 수요는 많지 않다고 봤다”며 “심야 운송은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운영 등을 통제할 수 있는 면허제 사업자들에게 우선권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세버스 기사들이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의를 제기하기로 해 갈등은 쉽게 가시지 않을 듯합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