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입법은 소극적… 면피성 발언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 위원장(59)이 공정위가 경제민주화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잠복수사’를 언급하며 항변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추진에는 손을 놓은 채 의미를 축소하고 있어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도둑을 잡을 때도 사안에 따라 잠복근무를 하기도 한다”며 “공정위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 기업들이 조사에 대비하기 때문에 (불공정거래를 포착하기에)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연초부터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조사 계획을 밝히면 기업들이 자료를 숨기고 조작하며 대비한다”면서 “공정위 조사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안심하는 기업들을 조사하면 허점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앞에 내세우면 비판은 피할 수 있겠지만, 조사 과정에서 실효성은 없다”고도 했다.

공정위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권 초기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금지법’ 등 일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도입했지만 예외 규정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남양유업 사태 등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한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등 관련 법 추가 제정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 위원장이 취임한 뒤에도 우려는 계속됐다. 현 정부 경제팀이 ‘경제활성화’ 기조를 밀어붙이고 있는 데다, 정 위원장이 부위원장이던 박근혜 정권 초기에 경제민주화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통 공무원 출신인 정 위원장이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는 정부에 맞서 소신 있는 행보를 하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도 받아왔다.

정 위원장은 “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공정위가 하던 업무들은 다 경제민주화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 제·개정을 통한 경제민주화 추진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추진하겠다”고만 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반대하고 있는 ‘공정거래분야 집단소송제 도입’도 언급하지 않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