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자치정부 수립을 눈앞에 두게 됐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민다나오섬 일부 지역에 최대 이슬람 무장조직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자치를 인정하는 ‘방사모로 기본법’ 법안을 10일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방사모로 자치정부’는 60명 규모의 자치의회를 구성하고 총리를 선출해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자치정부는 독자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시아 국가들과 직접 교역할 수도 있다. 다만 자치정부가 ‘국가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필리핀 GMA방송 등은 전했다.
2012년 5월,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_ 로이터통신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상대적으로 차별·학대를 받던 모로족 무슬림들은 이로써 자치권 확보를 눈앞에 뒀다. 이들은 MILF 등 이슬람 무장조직을 꾸려 독립을 요구했고 1970년대부터 정부군과 내전을 벌였다. 필리핀 정부는 2001년부터 필리핀 내전 종식과 남부 지역의 독립을 놓고 MILF와 평화협상을 시작했다. 2011년 MILF가 독립 요구를 포기하면서 자치정부 수립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결국 지난 3월 정부와 MILF가 평화협정에 서명하면서 자치정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뒤 지역들이 주민투표에서 찬성하면 새 자치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다만 MILF의 무장해제가 기본법에 포함되지 않았고, MILF를 제외한 다른 무장조직들이 기본법에 반대하는 등 추가 충돌이 우려된다고 마닐라타임스는 보도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평화협상 기간 중에도 이슬람 무장조직들은 반정부 테러를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MILF에서 갈라져나온 ‘방사모로자유전사단’이라는 조직이 기본법안에 항의, 정부군을 기습하면서 반군 10명과 정부군 2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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