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단체 구성’ 조항 신설 2년째… 설립 근거·효력 등 명시 안돼
ㆍ세무서·지자체 찾아다니며 사업자 등록 요청 등 ‘궁여지책’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본사와의 불공정 거래조건을 협의·시정하기 위해 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제정됐지만 하위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반쪽보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권리확보를 위해 시민단체·정치권의 도움을 받거나 단체 등록을 위해 세무서나 자치단체를 방문해야 하는 실정이다.
2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등에 따르면 국회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2013년 8월 개정돼 ‘가맹점사업자(가맹점주)는 권익보호 및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단체(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14조 2)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 가맹점사업자단체는 가맹본부(본사)에 대해 가맹계약 변경 등 협의를 요청할 수 있고, 협의를 요청받을 경우 가맹본부는 성실하게 협의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남양유업 사태 등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갑을관계 및 불공정 거래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법제화된 것이다.
그러나 가맹점주 단체의 설립근거나 교섭 기간·효력에 대한 내용은 가맹사업법에 명시되지 않았고, 법이 바뀐 지 22개월이 지나도록 시행령 등 하위 법령에도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설립근거와 권리 및 보호에 관한 내용이 명시된 노동조합법과 대비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협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맹점주 단체가 합법 단체로 인정받았지만 교섭 내용에 대한 효력은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다. 가맹점주 단체의 별도 등록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협상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가맹점주들은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해야만 본사와의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처지다.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를 비롯해 본사의 갑질을 숱하게 지적해왔던 가맹점주 단체들도 궁여지책으로 세무서나 서울시 등 지자체를 찾아 사업자 등록을 요청하고 있다. 가맹점주 단체는 사업자가 아니지만 회사로부터 협상당사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아닌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단체를 서울시에 사업자 등으로 등록하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장기적으로 가맹점주들이 본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거래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서는 노조처럼 설립 근거와 권한이 보호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길 가맹거래사무소’의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가맹점주 단체들이 사업자로 등록하면 상법·세법의 보호는 받겠지만 가맹사업법의 보호를 받는 독립적인 단체 지위를 얻을 수 없다”며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이나 시행령을 개정해 지자체 등에 단체 등록 권한을 위임하거나 공정위가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단체를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을 신설할 당시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은 없었지만 현장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이를 반영해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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