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아비규환’ 사고 현장
ㆍ10여㎢ 걸쳐 기체 잔해 흩어져… 탑승객 상당수 여름휴가객
ㆍ형태도 알 수 없게 시신 훼손… 우크라 키예프선 추모 행렬
17일 오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그라보포에서 별안간 붉은 불길이 치솟았다. 피어오른 검은 연기는 바로 옆 도시 토레즈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이 올랐다. 미사일에 격추당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의 기체는 순식간에 농지와 도로에 흩어져 떨어졌다. 수색작업에 참여한 구조 대원은 수색 지역을 펜으로 그려보이며 “잔해가 떨어진 지역이 10~15㎢ 정도인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외신들이 전하는 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고요했지만, 연기 때문에 나는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더 가까이 가면 참혹한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기체는 형체를 알 수 없이 대부분 검게 타 있었다. 거대한 바퀴만이 항공기의 흔적을 말해줬다. 일부 기체 잔해들에 그려진 적색, 청색 줄무늬와 말레이시아 국기가 사고기의 정체를 알려줄 뿐이었다.
안전벨트를 맨 채 의자에 앉은 시신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기체 폭발과 함께 흔적을 알 수 없이 훼손된 시신도 많았다.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와 밀밭을 나뒹굴고 있었다. 승객 대부분은 이 사고를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아이폰을 한 손에 쥔 채로 발견된 남성, 승무원을 부르는 듯 손을 들고 있던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열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는 “당황해하지 마”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은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탑승객 중 상당수가 여름휴가를 맞아 동남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인 듯했다. 시신 주변에는 유명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관광 안내 책자와 함께 형형색색의 여행 가방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졌는데도 잔해 더미에 붙은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소방관들은 사고 이튿날까지 진화작업을 계속했다.
목격자들은 “하늘에서 몇 차례 총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다” “항공기 잔해와 시신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왔다”고 알자지라 등 외신들에 말했다.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친러시아 무장세력의 충돌을 취재하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노아 스나이더는 “최근 몇 달간 이런 일은 본 적이 없었다”며 “시신들이 너무 많아 주변 지역의 안치시설에 수용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CNN에 말했다.
사고가 일어난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번 사고를 추모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우크라이나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 앞에는 수많은 키예프 시민들이 모여 네덜란드인 탑승객 154명을 추모했다. 일부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 때문에 일어났다며 “푸틴은 테러리스트”라는 팻말을 든 채 러시아를 비난했다. 한 시민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로마이단 광장에서도 사람들이 죽고, 우크라이나군이 죽더니, 이젠 외국인까지 죽었다”고 유로뉴스에 말했다. 사고 현장과 추모식을 찍은 사진과 추모메시지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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