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 이전에 가장 최근의 민간항공기 격추 사건은 13년 전 일어났다. 2001년 10월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떠나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로 향하던 시비르항공 1812편이 흑해 상공에서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객 78명 전원이 숨졌다. 공교롭게도 당시 사고 원인은 우크라이나군이 훈련 중에 쏜 지대공 미사일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고 당시 군의 책임을 부인했으나,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합동 조사로 증거들이 나오자 사고 8일 만에 책임을 인정했다.
1998년 7월31일 이란항공 655편이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미국 해군 함정 빈센스호가 쏜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객 290명이 모두 숨졌다. 당시 미국은 사고기를 이란 공군기로 오인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민항기에 미군이 의도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8년만인 1996년에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미국이 이란인 피해자들에게 총 6180만달러(약 636억원)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대한항공 항공기도 두 차례 격추사건을 겪었다. 1978년 4월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902편이 항법장치 이상으로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 사고기는 소련과의 교신에 실패해 전투기에 요격당했고, 소련 북서부 무르만스크의 한 호수에 불시착했다. 당시 탑승객 109명 중 2명이 숨졌다.
1983년 9월1일에는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사할린섬 인근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의 공격에 격추돼 탑승객 269명이 모두 사망했다. 미국은 소련이 민항기를 의도적으로 격추했다며 비난했고, 미-소 관계는 악화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84년 국제민간항공협정이 개정돼 민간 항공기가 영공을 침범해도 이를 격추할 수 없도록 했다.
▲ 1970년대 이후 주요 민간 항공기 격추 일지
1973년 2월21일 / 리비아항공 / 리비아 트리폴리→이집트 카이로 / 이스라엘 군사시설 위에서 이스라엘 전투기에 격추 / 탑승자 112명 중 108명 사망
1978년 4월20일 / 대한항공 / 프랑스 파리→서울 / 소련 영공에서 소련 전투기 미사일에 맞고 소련 서북부에 불시착 / 탑승자 109명 중 2명 사망
1980년 6월27일 / 이탈리아 이타비아항공 / 이탈리아 볼로냐→팔레르모 / 우스티카섬 상공에서 미국 혹은 프랑스 전투기가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에 격추 / 탑승자 81명 전원 사망
1983년 9월1일 / 대한항공 / 미국 뉴욕→서울 / 소련 영공에 진입한 뒤 소련 전투기 미사일에 격추 / 탑승자 269명 전원 사망
1986년 7월3일 / 이란항공 / 이란 테헤란→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미군 함정 미사일에 격추 / 탑승자 250명 전원 사망
2001년 10월4일 / 러시아 시비르항공 / 이스라엘 텔아비브→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 우크라이나군이 훈련 중 발사한 미사일에 격추 / 탑승자 79명 전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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