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30년만에 ‘워너’를 품에 안을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은 머독이 소유한 21세기폭스사(폭스)가 지난달 타임워너사에 800억달러(약 82조24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안을 제시했으나, 타임워너가 한달여의 논의 끝에 이를 거절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달 9일 제프리 뷰크스 타임워너 회장이 체이스 캐리 폭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오찬 회동을 했으며, 지난 3일 타임워너 이사회가 합병안 채택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타임워너 관계자는 인수합병안의 내용이 “타임워너 주식 1주당 폭스사의 무의결권 주식 1.531주, 현금 32.42달러(약 3만3300원)를 교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퍼트 머독 | 경향신문 자료사진

두 기업이 세계적인 거대 미디어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합병에 관심이 쏠린다. 폭스는 방송채널 폭스뉴스, FX, 폭스스포츠, 영화사 20세기폭스를 보유하고 있다. 타임워너는 영화사 워너브러더스, 드라마채널 HBO, 뉴스채널 CNN,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등 인기 프로스포츠 중계권을 보유한 방송 TNT 등을 소유했다.

때문에 두 기업이 합병하면 뉴스·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아우르는 거대 미디어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에 미디어 산업의 지각변동도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미 프로농구(NBA) 플레오프 등 주요 스포츠 행사 중계권을 더 쉽게 확보하고, 자금력을 앞세워 방송 사업자들과의 협상도 유리하게 이끌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폭스뉴스와 논조가 다른 CNN은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성사되지 않았지만, 두 기업간의 인수 합병이 이뤄지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폭스는 인수에 쓸 두둑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폭스는 현재 현금 55억달러(약 5조6500억원)를 보유한 상태이며, 세금을 공제하면 최대 90억~100억달러도 조달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무엇보다 머독의 타임워너 인수 의지가 강하다. 폭스 관계자는 “인수가격에 제한을 두려고는 하겠지만, 이미 폭스는 타임워너의 매각을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머독은 1984년 당시 워너브러더스의 모기업인 워너커뮤니케이션스(워너)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워너는 타임과 합병해 지금의 타임워너가 탄생했다. 타임워너 역시 이번 인수가격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뿐, 인수합병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합병이 성사된다면 지난 4일 혐의가 인정된 머독 소유 신문사인 뉴스오브더월드의 취재원 불법 전화도청 파문을 딛고, 머독이 미디어 업계에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