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멜버른서 3만명 행진…80명 사상 역외수용소 참사가 불씨
ㆍ국내외 비판 직면에도 정책 유지 우파 애벗 총리 “논의 시작”
난민 정책을 비롯한 호주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3월의 행진’ 시위가 16일 시드니와 멜버른 등 호주 대도시에서 벌어졌다. 멜버른에만 3만명 이상이 모였고, 소셜미디어 등으로 행진 소식이 퍼져 각 도시에 참가자들이 늘었다. 현지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은 토니 애벗 총리 취임 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애벗을 비난하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애벗은 대량 학살자” “애벗, 당신은 치욕스럽다” 등의 현수막을 펼쳐들었다. 17일에는 시위가 수도 캔버라 의회당 앞까지 이어졌다.
시위 현장에선 현 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참가자들은 정부가 기득권층을 위해 일하면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와 환경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호주의 악명 높은 난민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멜버른왕립공대 피터 노든 교수는 “파푸아뉴기니 마누스섬과 나우루에 있는 난민수용소 문제 때문에 시위에 참가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백호주의’라는 백인우선정책으로 악명이 높은 호주는 그동안 난민 정책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1990년대 망명 신청자들을 강제 구금해온 호주는 2001년부터 ‘태평양 해법’을 시행했다. 태평양 해법으로 호주는 나우루, 파푸아뉴기니 등 주변국에 역외수용소를 만들어 망명 신청자들을 수용했다. 인권침해와 폭행, 자해 등 사고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주변국에 난민들을 떠맡기자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호주를 비판했다. 호주 내부에서도 노동당이 정책을 비판했고, 결국 2007년 총리에 취임한 케빈 러드는 태평양 해법을 폐기했다.
그러나 재정적자 확대에 난민들도 늘어나자 호주인들도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노동당 정부가 지난해 새로운 난민 정책인 ‘PNG(파푸아뉴기니) 해법’을 내놨다. 호주를 찾는 망명 신청자들을 일단 구금하고 파푸아뉴기니 마누스섬의 역외수용소를 확장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러드 정부의 갑작스러운 난민 정책 변화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함이란 분석이 나왔다.
우파 자유당의 애벗이 총리 자리에 오르자 호주의 난민 정책은 더욱 강경해졌다. 호주는 이제 비자 없이 입국하는 사람들을 강제 구금하고 있다. 결국 지난 2월 마누스섬 난민수용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8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자 호주 난민 정책은 다시 비판에 직면했다.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까지 호주의 난민 정책을 비판했으며, 이제는 국민들마저 애벗 총리의 난민 정책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애벗은 16일 대규모 시위에 대한 질문에 “시드니에서 열린 성패트릭의 날(아일랜드 명절) 기념 행진밖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애벗은 이번주 파푸아뉴기니에 정상회담차 방문해 최근 이슈가 된 역외 난민수용소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호주 ABC방송 등이 17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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