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40년 만의 최악 가뭄 강릉 고랭지 배추 재배지 르포
▲ 165㏊ 중 3㏊에 만 모종
1000m 고지 농사 지으며
소방차·군부대 온 건 처음
살려놔도 생육 늦어 걱정
10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덕마을 해발 1000m 고지는 바람이 불어 서늘했지만 뙤약볕은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강했다. 배추 모종이 심어진 고랭지 밭에는 마른 흙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비가 오진 않는지 하늘만 자꾸 올려다보게 됩니다.”
이곳에서 고랭지 배추를 30년 동안 재배해 온 농민 이정수씨(57)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이씨의 밭에 줄지어 심어진 고랭지 배추 모종들은 흩날리는 모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영동지방에 닥친 40여년 만의 심각한 가뭄 탓이다.
안반덕마을의 5월 일평균 강수량은 10㎜에 못 미쳤다. 이날 긴급 투입된 소방차들이 농업 용수를 운반했고 인근 군부대에서 나온 장병들이 호스를 들고 모종 위에 물을 뿌리는 급수작업에 나섰다. 박광현 강릉농협 조합장(72)은 “이곳 배추밭에 물을 뿌리러 소방차와 군부대가 동원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고랭지 배추 산지인 안반덕마을에서는 모두 25개 농가가 165㏊ 규모의 밭에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고 있지만, 배추 모종이 심어진 밭은 3㏊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모종 시기는 아니지만 가뭄의 영향이 크다.
배추밭 주변에는 10t들이 물탱크 7개가 있었다. 고도가 높아 수도 연결이 안되기 때문에 관정이나 계곡에서 물을 끌어와 저장해 쓴다. 그러나 물탱크 1개 용량으로는 하루에 3~4㏊에만 물을 댈 수 있다. 이 지역 인근의 관정은 8개이고 하루에 확보할 수 있는 물은 40t 정도다.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물을 끌어다 쓰는 비용을 농가들이 고스란히 대야 하기 때문에 타격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1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지만 강수량이 적어 해갈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급수차량을 하루 빌리는 데 25만원, 급수작업 인력은 1인당 하루 12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밭 3㏊에 물을 주는 데 5명 정도가 필요함에 따라 농가당 하루 물값으로 85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가뭄이 계속될 경우 이틀에 한 번씩은 물을 줘야 배추 모종이 말라죽지 않는다. 살아남더라도 물이 부족하면 생육이 늦어져 문제다. 지금 심는 배추 모종은 8월 중·하순에 수확해야 한다. 배추가 자라지 않아 가을까지 수확이 늦어진다면 냉해를 입을 수도 있다.
불안정한 출하량에 따른 가격 변동도 골칫거리다. 6월 초에 심는 배추 모종 수가 줄어 8월 배추가 적게 출하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6월 초에 심지 못한 배추가 9월에 대거 출하되면 배춧값도 크게 요동치게 된다.
농식품부는 가뭄 해소 때까지 예산 및 인력·장비를 지원하고, 고랭지 채소의 출하량 및 가격을 조절하는 배추 생산안정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장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릉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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